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중심가에 삼성전자가 세운 ‘삼성 올림픽 홍보관’에는 삼성전자의 첨단 제품들을 보려는 방문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9일 일반인에게 공개된 이 홍보관에는 개관 엿새 만에 5만명이나 찾아왔다.
전 세계에 위성전파를 타고 있는 스타TV 스포츠 채널을 보면 2002년 한일월드컵 공식 후원업체인 현대자동차의 로고가 몇 분 간격으로 화면에 나타난다.
또 각국의 주요 신문이나 방송, 잡지 등에는 ‘LG, Digitally Yours’라는 LG전자의 광고 문구가 자주 보인다.
중국 톈안먼(天安門) 광장에는 커다란 초코파이 사진이 걸린 동양제과의 대형 광고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런가 하면 일본 나리타(成田) 국제공항 입구에 있는 8층 건물 옥상에는 ‘JINRO’라 쓰인 진로의 옥외 광고판이 행인들의 눈길을 끈다.
최근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공격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세계 일류 브랜드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현실에서 첨단기술 개발이나 비용절감을 통한 가격경쟁 못지않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PR가 중요하다는 점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 한국 기업들은 동계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국제적인 대형 행사를 통해 ‘메이드 인 코리아’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세계 도처에 눈에 띄는 코리아〓삼성전자는 세계 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일이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환위기를 계기로 크게 줄였던 해외 광고예산을 지난해 전년대비 40% 정도 늘려 지출했으며 올해도 작년 수준의 광고비를 책정했다. 올해 광고예산 규모는 4억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조용우 과장은 “국내에서는 브랜드 인지도가 90%가 넘지만 해외에서는 40∼50%에 불과하다”며 “주요 수출시장인 북미와 유럽을 전략지역으로 삼아 월스트리트저널, 타임, 뉴스위크 등 이들 지역에서 구독률이 높은 신문과 잡지를 광고 매체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카콜라 맥도널드 등 9개의 세계 초일류 기업과 함께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의 ‘월드와이드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올림픽 로고를 이용해 삼성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지구촌’에서 높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통해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한다는 목표아래 세계 시장을 북미, 서유럽, 기타 지역 등으로 세분화해 기업이미지 광고를 강화하고 있다. 1996년부터 매년 10∼20%씩 해외광고비를 꾸준하게 늘려왔으며 올해 월드컵 공식 파트너 참여를 계기로 해외광고를 대폭 늘린다는 계획.
올 상반기 북미지역을 끝으로 해외 기업이미지(CI) 교체 작업을 완료하는 LG전자는 올해 광고예산을 지난해 5억6000만달러에서 6억달러로 늘려 잡았다. 그동안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GoldStar’를 순차적으로 ‘LG’로 바꿔온 LG전자는 디지털 가전업체로서의 이미지를 더욱 굳힌다는 전략이다.
▽전략이 다르다〓과거 한국 기업들은 광고예산 절약을 위해 국내에서 사용하는 광고를 현지언어로 더빙해 그대로 사용하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국가별로 지역 정서에 맞는 차별화된 전략을 세워 홍보에 성공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중국 등지에 초코파이를 주력제품으로 수출하고 있는 동양제과는 중국이 한국과 비슷한 정서를 가진 나라라는 점에 착안해 한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정(情)’이라는 컨셉트를 그대로 사용해 큰 효과를 보았다. 국토가 넓어 전국방송의 효과가 적은 러시아에서는 지역방송을 광고매체로 활용했고 베트남에서는 버스광고를 택했다.
진로는 독한 술을 마시지 않는 일본에서 광고를 통해 소주 칵테일 붐을 일으켰다.
▽‘메이드 인 코리아’를 알린다〓기업 관계자들은 일부 기업의 해외 광고가 한국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높이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말한다.
SK텔레콤은 몽골과 베트남의 이동통신 서비스 분야에 진출하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제휴해 한국의 휴대전화 단말기 수출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한국타이어 강대선 과장은 “유럽을 중심으로 연간 4000만달러의 홍보비를 집행한 결과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10위 정도인 한국타이어의 인지도가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 4위 정도로 나타났다”며 “조사 결과를 보면 결국 한국 제품의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