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스를 통해 일부 참치횟집에서 판매하고 있는 참치가 상어였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나 놀란 적이 있었다. 그 소식을 접한 곳이 마침 단골 참치횟집이었기에 그 놀라움은 더욱 컸다. 앉아 있던 손님들이나 음식을 내오던 주인까지 모두들 황당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다행히 그 횟집에선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들어온 횟감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기에 안심할 수는 있었지만, 그 뉴스로 인한 부작용은 매상과 직접 연결돼 주인은 적잖은 피해를 보았다고 한다.
한동안 납과 대못이 박힌 꽃게가 문제가 돼 주부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더니, 얼마 전엔 부대찌개용 햄과 고기가 미군부대에서 버린 쓰레기였다는 소식에 국민 모두의 속이 메스꺼운 적도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무슨 연중행사처럼 여름이면 냉면집의 대장균이 온 나라를 들쑤시고, 초등학교 급식실에선 유통기한을 넘긴 재료로 반찬을 만들어 식중독으로 쓰러진 아이들이 적잖았다.
배우라는 직업적인 특성상 밖에서 음식을 해결하는 일이 잦은 나는 ‘식탐’이 참 많은 편이다. 음식의 양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깨끗하고 정갈한 먹을거리를 찾거나 새로운 메뉴를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음식 가지고 양심을 속이는 사람들의 뉴스를 볼 때면 더욱 움츠러들고 분개하곤 한다.
야외촬영이 있던 어느 날의 일이었다. 새벽부터 이어진 촬영 탓에 아침은 당연히 거르게 됐고 오후 1시가 다 돼서야 “식사나 하고 다시 찍읍시다”라는 감독의 말이 떨어졌다. 한껏 곧추서 있던 신경 때문에 무얼 먹어도 맛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가볍게 먹는다는 생각으로 매니저와 함께 촬영장 부근의 초등학교 옆 햄버거 가게로 향했다. 언뜻 보기에 허름한 분위기여서 다른 곳을 찾을까도 생각해봤지만 주인의 반가워하는 모습에 그냥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햄버거 집을 나온 지 1시간도 안돼서 일어났다. 함께 먹은 매니저가 구토증세를 호소하더니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병원에서는 식중독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나는 때아닌 두드러기로 온 몸을 긁적거리며 겨우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나중에 햄버거 가게 주인에게 항의했더니 미안하다며 연방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었다. 주방에서 확인해보니 베이컨의 유통기한이 지났더라는 것이었다. 단골손님들의 방학으로 찾는 손님도 없었던 탓에 준비해 두었던 재료가 좀 오래되었다고 했다. 특히 더 신경 써야 할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가게에서 유통기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니 씁쓸했다.
올해는 월드컵과 선거가 있어서 ‘페어플레이’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페어플레이가 꼭 필요한 사람은 음식을 만들고 판매하는 사람이다. 그 나라의 정직과 신뢰도 지수를 판단할 때 음식을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 여부가 아닐까 생각한다. 세균성 이질이 번창하고, 대장균이 검출되고, 가짜 생선이 판을 친다는 뉴스가 계속된다면 어떤 외국인들이 한국을 선진국이라고 생각하겠는가. 먹는 것을 다루는 사람들은 간단한 음식이라도 정갈하고 깨끗하게, 엄마가 자식의 도시락을 싸주는 정성으로 준비해주길 기대한다.
조민수 탤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