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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S.E.S 5집 당당한 여성상 담아

입력 | 2002-02-18 18:06:00


1997년 데뷔한 ‘S.E.S’는 90년대 후반 ‘걸 그룹’의 시대를 연 스타들. 여가수 불모 시기였던 당시 이들 ‘소녀 그룹’은 데뷔와 동시에 인기 정상에 오르며 소녀 가수들의 산업적 가치를 입증했고 뒤이어 ‘핑클’ ‘베이비 복스’ ‘클레오’ ‘샤크라’ 등이 잇따라 등장했다.

‘S.E.S.’들의 매력은 솜털이 채 가시지 않은 앙징맞은 미모와 가창력. 이들은 특히 같은 소속사(SM 엔터테인먼트)였던 보이그룹의 간판 ‘H.O.T.’와 더불어 10대 가요 시장의 우상으로 자리 잡아왔다.

그런 ‘S.E.S’가 이제는 소녀 시대를 접고 ‘여성 시대’를 선언하고 나섰다. 최근 발표한 5집 ‘추즈 마이 라이프-유(Choose My Life-U)’는 20대 커리어 우먼의 당당한 이미지를 곳곳에 담았다. 바다(최성희·22)는 “이번 설엔 어른들이 다 컸다고 세뱃돈을 주지 않더라”며 “성인식이 지난 만큼 우리 음악도 변했다”고 말했다. 바다는 직접 가사를 쓴 수록곡 ‘나도 남편이 있었으면 좋겠다’로도 여성임을 당당하게 내세우고 있다.

5집의 타이틀곡 ‘U’는 사랑에 대해 확신에 차 있는 여성의 노래다. 상대가 뭐라해도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겠다는 메시지가 록과 라틴 댄스가 조화된 리듬을 타고 강렬하게 흐른다.

뮤직비디오는 커리어 우먼의 도도함을 더욱 간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슈(유수영·21)는 카지노 딜러로, 유진(김유진·21)은 디자이너로 나와 자신을 무시하는 남성을 혼내는 장면 등을 연기했다. 이들은 “남성 위주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촌스런’ 페미니즘 차원이 아니라 우리가 여성으로 당당히 성장했음을 드러내는 노래”이라고 설명했다.

음반에 담은 14곡에는 소녀 ‘S.E.S’와 여성 ‘S.E.S’의 이미지가 고루 배합되어 있다. 데뷔 5년을 맞아 변화를 추구하려는 멤버들의 욕심과 기존 팬들의 친숙함을 동시에 겨냥한 전술. 바다는 “늘 아티스트의 욕심과 대중성이라는 두 갈래 길을 오가는 ‘실험의 게임’을 되풀이해왔다”며 “때로는 느낌의 고갈로 고통받으면서 이번처럼 변신을 통해 새로운 감성의 자극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성 ‘S.E.S’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아직 미지수. 그러나 ‘S.E.S’측은 가사중 ‘당당한 나니까’가 어필하고 있는데다 음반의 완성도로도 팬들이 만족할 것이라고 말한다.

‘S.E.S’는 23일 광운대 대강당에서 팬클럽 ‘친구’회원을 초청해 신곡을 위주로 한 소형 공연을 펼치며 24일 SBS ‘인기가요’를 시작으로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

허 엽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