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 정보분석관이었던 로버트 김이 미국의 국방기밀 누설 혐의로 9년형을 선고받고 펜실베이니아주 앨런우드 연방교도소에 수감된지도 벌써 5년 반이 흘렀다. 그동안 로버트 김 본인은 물론 한국의 가족과 뜻있는 인사들이 석방운동을 벌여 왔지만 아직 별다른 결실이 없다.
로버트 김은 최근 한미 양국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이 지은 국방기밀 누설에 대한 죄는 이미 죄 값을 치렀고(60개월) 나머지는 미국 시민권 취득시 선서한 미국 정부에의 충성 위반 및 지위 남용에 대한 죄 값을 받고 있는데 이는 억울하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로버트 김은 단지 한국 정부를 도우려고 했을 뿐 미국을 배반할 의사는 처음부터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사건 당시 한국 정부로 넘긴 로버트 김의 미국 국방기밀이란 미국의 군사기밀이 아니고 대부분이 북한의 동정에 관한 것이었다. 북한에 대한 기밀을 한국에 주어 미국의 안보가 위태로워졌다는 것이 미국 측 얘기다.
그러나 과연 우리 정부가 북한에 관한 기밀을 알았다고 해서 이것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까.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며 혈맹도 그런 혈맹이 없지 않은가. 아니면 혈맹이라는 것은 단지 한국의 미국에 대한 일방적 생각이고, 미국은 한국을 전략상의 우방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정도의 기밀 누설로, 그것도 우방인 한국에 넘긴 기밀문건 때문에 아무 전과가 없는 공무원을 징역 9년형에 보호감찰 3년 통산 12년을 묶어 둔다는 것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미국계 한국인이 우리의 정보를 빼다가 미국에 주었다면 우리나라에서 그와 같은 처벌을 하였을까. 아마 미국 정부의 전화 한 통화에 적당히 넘어 갔을 지도 모를 일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오늘 한국을 방문한다. 한미간에 북한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의견차를 보이고 있어 외교적으로는 상당히 어려울 때다. 그러나 이럴 때 양국 정상이 로버트 김의 사면을 논의해 본다면 오히려 한미간의 전통적 우호 관계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로버트 김의 아버지(김상영 옹·89세)는 2년 전 로버트 김을 면회했다가 뇌중풍으로 쓰러진 후 중풍과 치매로 고생하고 있다. 아마 로버트 김이 형기를 다 채우고 나오면 그를 알아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로버트 김의 친동생으로서 한미 정상회담에 기대를 걸어본다.
김성곤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