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 가운데 어지러움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눈앞이 핑핑 돌고 중심을 못 잡을 정도로 흔들거린다고 하는데 이럴 때 어떤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하는 것일까? 어지러움증을 일으키는 각종 질환과 그 치료법을 알아본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30대 초반의 주부 박모씨는 마치 몸이 붕 떠서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증상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다. 둘째아이를 낳은 지 반년밖에 지나지 않아, 혹시 빈혈 때문이 아닌가 싶어 약을 사 먹었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사는 50대 초반의 주부 송모씨 역시 어지러움증이 심해 외출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길을 걷다가 갑자기 언제 어느 때 눈앞이 아찔하며 주변이 뱅글뱅글 돌지 몰라, 혹 큰 사고라도 당할까 겁이 나기 때문이다. 몸이 허해 그런가 하고 보약도 지어먹었지만 차도가 없었다.
주부들 가운데는 이처럼 어지러움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증상도 다양해 ‘눈이 빙빙 돈다’ ‘천장이나 하늘이 돌아간다’ ‘물체가 위 아래로 움직인다’ ‘세상이 흔들흔들하며 구토증이 치민다’ ‘갑자기 땅이 한쪽으로 푹 꺼지며 쏠려 중심을 잡기 어렵다’ ‘몸이 지상 위로 떠서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 휘청거린다’ ‘정신이 몽롱해진다’ ‘머리가 텅 빈 것 같다’ ‘픽 쓰러질 것 같다’ 등등…. 이처럼 워낙 증상이 다양하고 개인차가 심해 전문가가 아니면 어떤 이유로 어지러움을 느끼는 것인지 가려내기 어렵다.
그런데 앞에 열거한 증상이 나타나면 대부분 빈혈을 떠올린다. 하지만 ‘어지러움증=빈혈’은 대표적인 오해로, 실제로는 어지러움증 중에서 빈혈이 원인인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각 조사결과에 의하면 어지러움증의 약 5%만이 빈혈 때문에 생긴다. 물론 빈혈이 있으면 어지러움을 느낀다. 빈혈은 우리 몸에서 산소를 공급하는 혈색소가 감소해 나타나는 병. 혈색소가 심하게 감소하면 어지러움뿐 아니라 두통, 귀울림, 가슴 두근거림, 운동 후 숨이 참, 식욕감퇴, 소화불량, 생리량의 변화와 같은 여러가지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어지러움증만 가지고 빈혈 진단을 내리는 것은 금물. 박모씨의 사례처럼 어지러움증을 곧바로 빈혈로 연결시켜 약을 사먹는 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대부분의 원인은 귀의 진정기관 등 이비인후과적 문제
중년 이후 특별한 이유가 없이 어지러움증이 생기고 그 증상이 계속 악화된다면 이비인후과를 방문할 필요가 있다. 귀는 평형기능과 청각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인데, 만약 내이나 중이에 이상이 생기면 이 기능들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어지러움증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거나 고개를 돌릴 때 핑핑 도는 듯한 어지러움을 느끼면 대개 귓속에 원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단순히 어지럽다기보다는 ‘주위가 빙빙 돈다’거나 ‘걸음도 제대로 못 걸을 정도로 불안정하다’ ‘귀가 멍멍하고 소리도 잘 안 들린다’고 느끼는 것이 특징이다.
귀는 크게 외이·중이·내이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밖으로 드러난 부분이 외이고 귓속 깊숙한 곳에 내이가 있다. 외이와 내이 중간에 고막이 있는 부위에 중이가 있다.
주로 내이에 있는 3개의 전정 반고리관에 이상이 있을 때 어지러움증이 생긴다. 전정 반고리관에는 림프액의 움직임이 가득 차 있는데 신체가 움직이면 림프액도 함께 출렁인다. 이런 출렁거림을 통해 림프액은 신체의 움직임을 감지, 정보를 뇌로 보내고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이 빙글빙글 몸을 회전하다가 갑자기 멈춰서면 어지러움을 느끼게 된다. 그 이유는 전정 반고리관 안에 있는 림프액이 아직 움직이고 있기 때문. 하지만 림프액이 멈추면 더 이상 어지럽지 않게 된다. 그런데 만일 전정 반고리관에 이상이 생겨 림프액이 계속 움직인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실제로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지만 림프액의 유동으로 뇌는 우리 몸이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느끼고 근, 골격계에게 이에 맞도록 자세를 취할 것을 명령하기 때문에 어지러움증을 느끼는 것이다.
바이러스나 인플루엔자 등의 감염으로 인해 전정 신경염이나 내이염 등이 생겼을 때, 혹은 림프액 압력이 병적으로 증가하여 일어나는 질병인 메니어병 등이 있을 때는 림프액의 움직임을 매우 예민하게 감지, 평형기능에 장애가 생겨 어지러움증을 유발한다. 또 당뇨병 환자인 경우에도 전정 신경염 발생 가능성이 높아 어지러움증이 생길 수 있다.
어지러움증이 심하게 나타나면 우선 이비인후과의 어지러움증 클리닉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이비인후과에서는 안구의 움직임을 통해서 전정기능의 상태를 평가하는 전기 안진 기록법이나 내이 질환의 유무를 알아보는 검사 등을 통해 진단을 내린다.
▼뇌 또는 심혈관계 이상으로도 어지러움증 생긴다
귀의 이상으로 인한 어지러움증은 대개 갑자기 온다. 감기 후 합병증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으니 평소 어지러움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좋다.
어지러움증은 뇌가 일시적인 허혈상태(혈액공급이 부족한 상태)에 빠질 때 생기기도 한다. 즉 혈액공급기능에 이상이 생겨 뇌에 제대로 산소를 전달하지 못하는 것. 따라서 뇌졸중의 초기에도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뇌졸중은 뇌로 가는 혈관이 막히거나 뇌출혈로 인해 뇌에 대한 혈액공급이 끊길 때 발생하는 질병.
누워있다 갑자기 일어나 앉거나, 앉아있다 갑자기 일어설 때 머리가 텅 빈 듯한 느낌이 들면서 눈앞이 캄캄해지고, 식은땀을 흘리는 기립성 저혈압도 어지러움을 동반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뇌의 위치가 급격하게 낮은 데서 높은 곳으로 변동하면서 뇌의 혈류가 일시적으로 감소돼 일어나게 된다. 기립성 저혈압은 성장발육이 왕성한 초·중학생 때나 자율신경계 조절 능력이 감퇴하는 노령층에서 자주 발생한다.
그런데 흔히 혈압이 낮은 사람도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머리가 아프다’ ‘힘이 없다’ ‘손발이 저리다’ 등의 증상을 열거한다. 하지만 저혈압과 어지러움증은 인과관계가 없다. 이는 실험을 통해서도 증명됐는데 어지러움증이 있는 사람의 혈압을 올려도 여전히 어지러운 증상이 남아 있었다는 것. 이밖에 머리에 외상이 있어도 어지러움증을 수반할 수 있다.
▼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기도
아무 질환이 없는데도 어지러움을 자주 느낀다면 극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체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의 분비가 급증하면서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 긴장성 두통, 우울증, 수면장애, 과호흡 증후군 등은 어지럼증을 주증상으로 하는 대표적 질환들.
특히 과호흡 증후군은 호흡기, 순환기, 중추신경계 등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도 발작적으로 호흡수가 증가하고 호흡곤란, 현기증, 수족의 저림, 경련 등의 증세가 일어나는 상태를 말한다. 호흡수가 늘어나면 이산화탄소의 체외배출이 증가해 혈액 내 이산화탄소량이 감소한다. 이럴 경우 뇌혈관이 수축돼 뇌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고, 자연히 산소공급이 줄어들면서 어지러움을 유발한다. 하지만 증상은 그리 심각하지 않은 편.
계속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어지러움증을 느낄 경우는 약물치료만으로 한계가 있다. 마음을 넓게 갖고 사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등 스트레스에 대한 건전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이밖에 휴대폰에서 방출되는 전자파가 어지러움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하루 평균 71분 이상 사용자는 14분 미만 사용자에 비해 귀 울림은 2.7배, 어지러움증은 2.6배 증가한다고 한다. 따라서 장시간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 중에서 어지러움증을 느끼는 경우라면 휴대폰 사용을 자제할 필요도 있다. 또 요즘 젊은 여성들의 경우 극단적인 다이어트로 인한 철분 결핍성 어지러움증이 생기기도 한다.
▼스트레스성 어지러움 해소에 좋은 운동
▽ 눈 운동하기
1. 눈동자를 좌우로 움직인다.
2. 눈동자를 상하로 움직인다. 처음에는 느리게 시작하여 점점 빠르게 실시하는 것이 요령.
▽ 머리 운동하기
1. 머리를 좌우로 돌린다.
2. 머리를 앞으로 숙이고 뒤로 젖힌다.
3. 머리를 45°우측으로 돌린 상태에서 상하로 움직인다.
4. 머리를 45°좌측으로 돌린 상태에서 상하로 움직인다. 점점 빠르게 실시하며 나중에는 눈을 감고 시행해본다.
▽ 앉은 자세에서 실시하기
1. 앉은 자세에서 어깨를 올렸다 내렸다 한다.
2. 앉은 자세에서 몸을 앞으로 숙여 바닥의 물건을 집은 다음 곧바로 몸을 세운다.
▽ 선 자세에 실시하기
1. 앉은 자세에서 빨리 일어서는 동작을 반복한다.
2. 눈높이에서 작은 고무공을 양손으로 주고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