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제9차 한중 해운협의회는 국가경제와 지역경제의 활로를 마련할 수 있는 중요한 안건이 논의된 자리였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측 대표단으로 참여한 해양수산부 관계자들은 우리측 입장을 관철시키는데 실패했다.
회의의 주요 안건은 ‘인천∼중국간 정기 컨테이너항로 개설 문제’였다. 이 문제가 부각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현재 수도권의 대중국 수출입 물량 대부분이 인천항을 거쳐 중국으로 가지 않고 부산항을 통해 가야 하는 왜곡된 물류체계 때문이다.
이것은 인천항을 이용하는 물류비가 육로수송비까지 포함해 부산항을 이용하는 물류비보다 오히려 비싸기 때문이다. 인천항은 시간을 다투는 긴급화물만이 이용하고 있다.
현재 부산항은 중국과 정기컨테이너 항로가 개설되어 있어 TEU당 250달러의 낮은 가격으로 운송되고 있으나, 인천항은 정기컨테이너 항로가 개설되어 있지 않아 기존의 국제 카페리여객선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TEU당 650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중국은 2001년 상반기 들어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한국의 제2교역국으로 떠올랐다.
중국의 급성장과 한류(韓流) 분위기 속에서 대중국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국가경제의 한 축을 만드는 것이다.
그 조건을 조성함에 있어 물류비를 절감하고 물류체계를 개선하는 것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이러한 사실은 ‘인천항 살리기 시민연대’에서 실시한 인천지역 소재 대중국 수출입업체 대상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잘 나타난다.
먼저 정기컨테이너 항로 개설 필요에 대해 86.6%가 필요하다고 응답하고 있다.
물류비 절감과 관계된 희망운임에 대한 질문에는 평균 301달러를 희망하고 있어, 현행 물류비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인천∼중국간 정기컨테이너 항로 개설시 중국의 어느 도시와 연결되기를 바라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톈진(24.3%), 상하이(22.5%), 칭다오(20.8%), 웨이하이(13.9%) 순으로 답했다.
특히 상하이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은 상하이가 부산항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왔던 그동안의 통념을 깨뜨리는 결과여서 주목된다.
따라서 당시 한중 해운협의회는 경제 외교적 성격을 갖고 있었으며, 한국측 대표단의 역할은 그만큼 컸다.
급기야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1월 5일 ‘인천항에 한중간 정기컨테이너선 조기 투입결정’ 제하의 보도자료를 통해 2003년 1월부터 인천∼중국간 카페리항로에 정기 컨테이너선을 전면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그것도 늦다.
최근 세계 1위와 6위의 컨테이너선사들이 인천항에 오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는 만큼 당장에라도 임시 한중 해운협의회를 열어 정기 항로의 조속한 개설에 합의하고 선사들을 유치해야 할 것이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