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일 하루 동안 청와대에서 단독 및 확대정상회담과 만찬회담 등 세 차례에 걸쳐 연쇄 정상회담을 갖는다.
도라산역 방문 일정까지 포함하면 두 정상이 만나는 시간은 모두 6∼7시간가량.
두 정상은 이날 △한미동맹 강화 △반테러 협력 △한반도 안정과 평화 △경제통상 협력 등 4대의제를 중심으로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회담 전망▼
양국 정상은 굳건한 한미 동맹관계를 재확인하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재래식무기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을 천명하는 등 총론적으로는 한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특히 “북한의 WMD 보유는 한반도평화뿐만 아니라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것”이라며 강한 톤의 우려를 표명할 방침.
그러나 이 같은 수사(修辭)에도 불구하고 각론에선 한미 간의 인식차를 좁히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부시 대통령은 햇볕정책에 대해 거듭 지지를 표명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고 경고를 발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핵심은 북한위협 대응▼
정상회담의 성패는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직접 위협요소로 느끼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에 대한 한미공조 방안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달려 있다.
북한의 WMD 문제에 대한 한미 양국의 해법엔 기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한국은 “반드시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그 어떤 대응방안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핵 문제〓남북한과 미국 모두 94년 제네바 합의의 틀을 지킨다는 데 이견은 없지만 당장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 시기를 놓고 북-미간 견해가 크게 엇갈린다.
미국은 원자로 등 핵심부품의 인도(2005년 예상) 전에 특별사찰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그 기간을 감안해 올해 안에는 북한이 사찰에 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경수로 공급 일정이 2008년 이후로 지연된 만큼 전력손실 보상 등이 우선이라고 맞서고 있다.
▽미사일 문제〓북한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타결 직전까지 갔던 북-미 간 미사일 협상의 연장선에서 논의를 계속하자는 입장이나 미국은 철저한 상호주의와 검증을 내세워 새롭게 시작하자는 입장이다. 북한이 약속한 미사일 발사실험 유예(모라토리엄) 기간인 2003년 초까지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으면 심각한 긴장상태를 낳을 수도 있다.
▽생화학무기〓9·11 테러 이후 새롭게 불거진 생화학무기도 만만찮은 현안. 북한은 생물무기금지협약(BMC)에 가입했지만 검증체제 강화를 위한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고 있고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는 가입조차 하지 않았다. 나아가 향후 북한의 생화학무기 폐기 문제가 본격 논의되기 시작하면 그에 따른 비용 문제도 골치 아픈 현안으로 대두할 수 있다.
▽재래식무기〓북한 재래식 전력의 감축 또는 후방배치 문제는 정부가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미국은 북한에 재래식무기 위협감소를 요구하고 있지만 북측이 상호주의적 조치(주한미군 철수 및 한국군 후방이동)를 요구할 경우 마땅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숨은 현안▼
정상회담의 의제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숨은 1인치’의 한미간 현안도 적지 않다. 비록 막후 논의에 그쳐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향후 한미관계 저변의 기류에 큰 영향을 미칠 민감한 사안들이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미국이 한국의 차세대전투기(FX) 도입사업과 관련해 F15K 구매를 요구할 가능성.
정부는 ‘공정·투명한 선정’ 원칙만을 밝힌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의 요구에 대해 한미 동맹관계 고려 등 정책적 배려를 설명할 수도 있다.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수출 등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부는 ‘악의 축’ 발언이 북한 군사력에 대한 재해석에 근거한 것이라고 보고 있으나 북한과 테러집단의 구체적 연계 정보가 제시된다면 향후 대북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 대통령이 조심스럽게 미국을 견제하는 ‘일격’을 가할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도라산역 일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한반도의 특수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소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은 공멸을 의미한다’는 뜻을 밝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보유한 대량살상무기(WMD)
분류
보유량(추정)
주요 무기
비고
화학
2500∼5000t
신경작용제 VX, 사린(GB)가스, 질식작용제 포스겐(CG),수포·혈액 작용제
세계 3위 화학무기 대국
탄도미사일의 50∼60%, 각종 포탄의 10% 화학탄으로 보유
생물학
다량
탄저균 페스트 천연두 황열병
13종 보유
80년대말까지 생체실험 완료
핵
초보 수준의 핵무기
1∼2기정도 생산 가능성있음
플루토늄 10∼12㎏ 추출 추정
핵 전문인력 3000여명 보유
미사일
스커드 600여기
노동1호 100여기
스커드(300∼500㎞)
노동1호(1000㎞)
대포동1호(1500∼2000㎞) 대포동2호(4300∼6000㎞·개발중)
이란 시리아 리비아 이집트 등에 미사일 관련 부품 수출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