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어국처럼 맛이 은은하면서 담백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는 일상의 삶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사랑을 화두로 던진다.
변두리에서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는 정원(한석규)은 불치병으로 인해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삶을 정리한다. 이런 그에게 어느 날 주차단속원인 다림(심은하)과의 싱그러운 만남이 이뤄지고 여린 사랑이 싹튼다.
DVD로 다시 만난 이 영화는 우선 지난 해부터 스크린에서 보기 어려운 한석규와 심은하를 모처럼 만나는 기쁨이 앞선다. DVD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 영화로 데뷔한 허진호 감독의 육성 해설. 수필을 읽는 듯한 영화의 독특한 분위기처럼 허감독의 감미로운 해설이 나긋나긋한 어조로 2시간 가까이 이어진다.
자신도 3년여 만에 다시 이 영화를 본다며 배우들과 당시 함께 고생한 고 유영길 촬영감독과 스태프들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군산에서 주로 촬영된 이 영화는 아예 사진관까지 직접 만들고 가로수에 붙은 새끼줄까지 하나하나 신경쓸 만큼 세심한 기획력이 돋보인다. 스페셜피처(부록)에 가면 제작과정을 다룬 50여분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당시 촬영 현장과 배우 스텝들의 인터뷰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밖에 한석규가 직접 부른 삽입곡을 담은 뮤직비디오와 배우 제작진 소개, 극장예고편을 담고 있다.
못내 아쉬운 점은 음향. 최근에 선보인 ‘러브레터’ DVD처럼 스테레오(돌비 디지털 2.0채널) 밖에 지원되지 않는다는 것. 영화 내내 절제의 미학이 잘 살아있는 영화라서 크게 부족함은 없는 편이다. 반면 16대9 비율의 영화 화면은 수채화처럼 맑은 영상을 보여준다. 두 주인공이 함께 비를 맞는 장면이나 여름에서 겨울로의 시간 이동이 평범한 서민의 풍경으로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는다.
단 한번도 서로 사랑한단 고백 조차 없이 서로 스쳐 지나가는 이 독특한 사랑법과 평범한 삶에 대한 짙은 애정이 담긴 이 DVD는 OST CD를 보너스로 제공한 한정판으로 출시됐다.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 자막이 제공된다. SRE코퍼레이션 21일 출시. 2만5000원
김종래·파파DVD 대표 jongrae@papadv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