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한국이 머리싸움에서 중국의 한수위였다.
4명의 선수가 번갈아 뛰는 계주는 비슷한 실력일 때 작전이 승부를 좌우하는 경기. 때문에 여자 3000m에 나선 라이벌 한국과 중국은 이번 대회를 위해 치밀하게 작전을 준비해 왔다.
한국이 이날 결승에서 꺼낸 ‘비장의 카드’는 선수간 교대없이 상대를 추월하는 작전이었다. 승부처는 총 27바퀴중 8바퀴를 남겨놓은 순간. 이때까지만 해도 중국-한국-캐나다 순이었다. 하지만 전명규 감독의 사인이 나자마자 주민진이 한명이 한바퀴 반씩을 돌던 패턴에서 벗어나 느닷없이 교대하지 않고 그냥 내달려 중국의 양양 S가 양양 A의 등을 미는 사이 선두로 치고 나간 것.
순식간에 중국을 추월한 주민진은 혼자 2바퀴를 돌았고 이어 최민경-최은경-박혜원-주민진 순으로 돈뒤 마지막 주자 최민경이 1위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하는 통쾌한 역전 금메달을 일궈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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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바퀴에서 허점을 찔린 중국은 당황한 나머지 2바퀴를 남겨놓고 곡선주로에서 양양 A가 중심을 잃고 주춤거리는 등 한국을 추격하는데 실패했다.
이날 한국팀이 구사한 플레이는 4년전부터 전 감독이 구상한 작전. 전 감독은 “98나가노대회가 끝난 뒤부터 이 작전을 생각했다. 2000년 세계선수권에서 한차례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작전은 성공했으나 결과는 실패로 끝나 중국에 이어 은메달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팀의 비디오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양양 S가 교대하면서 선수를 밀 때 미세하게 시간이 지체되는 게 드러났다. 우리 4명의 선수 가운데 누가 양양 S의 파트너가 되든 간에 체력이 떨어진 양양 S가 바통터치할 때 2바퀴를 돌아 상대를 추월하도록 훈련시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작전을 구사하기로 최종 결정한 것은 불과 사흘전. 예선에서 첫 번째 주자 최민경에 최은경-박혜원-주민진 순서로 뛰었던 한국은 중국에 혼란을 주기 위해 순서는 똑같이 하되 첫 번째 주자만 주민진으로 교체했다.
한국팀은 주민진을 첫 주자로 해 중국을 제치는 이 작전을 결승 당일 아침 선수촌 인근의 솔트레이크시티 콤플렉스 빙상장에서 극비리에 훈련하고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솔트레이크시티〓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