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 왕푸징(王府井) 입구의 대형서점. 1층 신간 코너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른 파장을 분석한 책들로 빽빽하다. 영어학습서적 진열대 다음으로 많은 고객들이 몰려 있다. 대부분의 책들은 ‘허약한 중국 금융시장이 마침내 국제경쟁에 노출됐다’는 우려를 담고 있다. 투자자문회사인 KTB네트웍의 배한석(裵漢石) 베이징사무소장은 “20여년동안 자본주의 운용을 실험하면서도 금융 만큼은 당과 정부가 직접 챙겨온데 따른 후유증”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제조업에 대해서는 빗장을 풀었지만 외국 금융기관들의 진출에 대해서는 극히 까다로운 조건을 달아왔다. 2년전 한국계 은행중 가장 먼저 상하이(上海)에서 위안(元)화 업무를 허가받은 한국산업은행은 지난해 450만달러의 순익을 보았지만 거의 절반을 세금으로 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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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동(閔景東) 전 지점장은 “위안화 장사는 예금과 대출 마진이 3.5%대에 이르는 고수익사업이지만 규정상 외국은행은 외국기업을 상대할 수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중국 정부의 세수만 올려준 셈”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WTO 가입에 따라 외국은행에 △내년까지 23개 도시를 개방하고 △가입 2년내 중국기업 대상 △5년내 일반가계 대상 위안화 업무를 허용해야 한다.
중국 금융전문가들은 이같은 개방 일정이 지켜진다면 2006년경 외국계 은행에 인민폐 여수신시장의 10∼15%, 2011년엔 25∼30%까지 빼앗길 것으로 내다본다.
강력한 보호주의로의 복귀를 주장하는 ‘13억의 충돌’이란 책을 쓴 한더창(韓德强) 중국항공항천항천대 연구원은 외국 금융개방에 대해 “금리 경쟁력이 약한 중국계 금융기관은 고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20여년동안 고성장을 구가해온 중국인들이 금융분야를 아킬레스건으로 생각하면서 개방을 극도로 꺼리는 이유는 뭘까.
99년 설립된 4개 자산관리공사의 하나인 둥팡(東方). 4대 국유 상업은행의 하나인 중국은행의 부실을 정리하는 게 목적이다. 니우난제(牛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