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경 실력 탄탄한 맏언니
“남자팀에 가장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요. 이번 올림픽에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데도 같이 훈련해준 이승재 오세종 안중현 선수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한국여자계주팀의 맏언니 최민경(20·이화여대)은 모든 공을 남자팀에게 돌렸다. 남자팀이 여자팀의 훌륭한 릴레이 파트너가 돼줬다는 것. 여자팀은 남자팀을 ‘가상의 적’ 중국으로 생각하고 훈련해 왔다. 마지막 주자로 골인한 최민경은 98나가노대회 참가 멤버로 이번이 두번째 올림픽. 당시 500m에 출전했으나 4위로 메달을 따내진 못했다.
그는 98∼99월드컵 종합랭킹 4위 등 수준급의 실력을 보유했으면서도 월드컵 시리즈와 세계선수권에선 1위에 오르지 못한 한을 이번에 계주에서 풀었다.
■박혜원 훈련 앞장서는 '파워걸'
박혜원(19·세화여고)은 1m65, 58㎏으로 한국 여자선수치곤 비교적 당당한 체격으로 파워 있는 스케이팅을 구사한다. 하지만 스피드가 떨어지는 게 흠으로 단거리보다는 중장거리에 강한 편.
93년부터 취미로 쇼트트랙을 시작해 10년째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박혜원은 98년부터 대표팀에 포함되면서 빛을 봐 그 해 일본에서 열린 월드컵 3차대회 1500m와 계주 2관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98년 헝가리 월드컵대회에서 왼쪽 허벅지 부상을 당해 1년간 재활훈련에만 매달리는 시련을 겪었다.
이듬해 아시아선수권에서 4관왕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부활한 박혜원은 이후 성실한 훈련태도로 후배들을 이끄는 본보기가 돼 왔다.
■주민진 중국 앞지르기 수훈갑
여자 500m경기에도 출전했던 주민진(19·세화여고)은 파워가 부족한 대신 스타트가 좋고 스피드가 뛰어나 단거리에 강한 선수. 주민진은 이날 승부의 고비가 된 8바퀴째에서 중국선수들이 교대하는 틈을 노려 그대로 내달려 한국팀의 승리를 이끌어냈다.
98년과 99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연속으로 종합우승을 차지하며 일찌감치 대성할 가능성을 보였다. 주민진은 “4명의 선수 중 누가 감독님의 작전을 수행할 줄 몰랐다. 8바퀴째에서 사인이 나기에 앞으로 치고 나갔다. 끝까지 승부를 알 수 없어 마음을 조렸다. 경기가 끝난 뒤에야 우리가 금메달을 딴 걸 실감했다”며 중국선수를 제치는 순간을 설명했다.
■최은경 기량 기복없는 막내
“여름부터 흘린 땀을 이제야 보상받은 것 같아요. 언니들에게 먼저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숙소에 들어가면 남자선수들도 위로해주고 싶어요.”
이날 뛴 한국 여자계주팀 선수들 가운데 막내인 최은경(18·세화여고)은 언니들의 도움이 컸다며 활짝 웃었다.
96년부터 선수생활을 시작한 최은경은 2년반 만에 대표선수로 발탁된 재목. 개인경기에선 빛을 보지 못했으나 2000년 월드컵 1차대회와 3차대회 3000m에서 우승을 일구는 등 계주에서 기복 없는 기량을 보여줘 확실한 ‘릴레이 멤버’로 자리잡았다. 특히 지구력이 좋아 단거리보다는 장거리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