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짜리 시집이 나왔다.
시와시학사는 최근 불문학자 김화영(金華榮) 고려대 교수가 가려 뽑은 54편의 시를 ‘시, 눈뜨다-예감’이라는 제목의 시 선집으로 묶어내면서 30만원짜리 수제본(手製本) 100부를 제작했다. 출판사는 이중 70권을 책에 작품이 실린 시인들에게 증정하고 30권은 권당 30만원에 한정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20쪽짜리 수제본에는 오수환 화백의 동판화 1점씩이 실려 있으며 특수용지인 ‘아르셰지(紙)’에 석판으로 인쇄해 미술품을 대하는 느낌을 준다. 일반 판매를 위해 만든 7000원짜리 보급판도 실로 꿰맨 사철(絲綴)기법을 사용해 책의 품위를 높였다.
시집에 실린 시는 정현종의 ‘좋은 풍경’, 김종삼의 ‘글짓기’, 서정주의 ‘영산홍’, 기형도의 ‘기억할 만한 지나침’ 등. 고 서정주 기형도 등 작고한 시인들의 경우는 유족들에게 책을 전달할 계획이다.
시를 가려 뽑은 김화영 교수는 ‘시와 나 사이가 너무 오래 적조하였습니다/나는 그 동안 너무 산문적으로 구차하였습니다(…)’라는 자작시를 책 서두에 실어 애송하는 시를 고른 소회를 표현했다. 문학평론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김 교수는 1963년에 시인으로 등단하기도 했다.
출판사 관계자는 “책의 운명이 운위되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책이 지닌 가치를 남다른 장정으로 표현해보려 했다”고 말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