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의 방한에 대해 북한은 공식적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조심스러운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북-미대화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생각은 간접적으로나마 북한매체들을 통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북한 김일성방송대학은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20일 저녁 특강에서 “북-미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은 우리민족이 바라는 요구다”라며 “2000년 말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통한 북-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보장체계 구축과 양국 관계개선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고 관영 평양방송이 21일 보도했다.
여기에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대북정책을 부시 행정부가 승계해줄 것을 바란다는 북측의 기대가 담겨 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말 외무성대변인 담화에서도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 방문 일정에는 미사일 문제를 서로의 이익에 맞게 해결하려는 우리의 ‘중대결단’에 대한 토의가 핵심사항으로 포함돼 있었다”고 밝히는 등 간간이 이런 기대를 내비쳐 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 지도부가 당분간 북-미대화의 문을 걸어 닫고 중국 및 러시아와의 유대 강화에 나서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클린턴 행정부에 대한 애착을 보이는 것을 뒤집어 보면 앞으로 북-미관계 및 남북관계 정체의 책임이 미국 측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지도부는 보상을 전제로 한 북-미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입장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도 거듭 확인됨에 따라 당분간 북-미 간에 냉각기를 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