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몸을 20년 가까이 술과 담배, 격렬한 성관계로 피폐하게 했다. 그 몸을 팔아 즐기고 밥을 먹고 살았다. 그 몸을 죽이고자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하고 괴롭혔다. 그 때문에 황폐해진 몸에 약을 달고 살았고, 그 부작용으로 몸은 더욱 망가졌다.”
한 여성이 스스로를 창녀였고 쓰레기였고 한 마리 벌레였다고 말한다. 가난이 죄여서 어쩔 수 없이 몸을 팔았다고 변명하지도 않는다. 함신미씨(44)는 열여덟 살에 가출해 윤락녀에 일본인 현지처로 살아온 20년을 접고 지역 재활원과 소록도로 들어가 섬김의 삶을 시작했다. 자신과 같은 창녀가 신 앞에 속죄할 자격이라도 있는지 끊임없이 자문했다. 처음 재활원에 찾아갔을 때 침냄새, 똥냄새, 입냄새로 견딜 수 없이 괴로운 순간 그의 마음속에서 ‘그들의 똥은 너보다 깨끗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2년 전부터 몸이 너무 아파 견디기 힘들 때 세상에 공개하기 어려운 낯뜨거운 삶을 조금씩 기록한 것이 ‘몸의 생’(이야기 펴냄)이라는 자전 에세이다. “죽는다고 생각하니까 겁날 게 없었어요. 내용이 저질스러우면 어떠랴, 내가 원래 그렇게 살았는데 하는 마음으로 솔직하게 썼어요. 이제 속이 시원해요. 가면을 벗고 제2의 삶을 시작한 기분이죠.” 이런 책을 누가 볼까 했지만 이제는 생각이 다르다. 단 한 명이라도 죽지 못해 살고 있는 여성이 봐준다면 족하다. 함씨는 현재 대전에서 간병일과 홍삼 판매를 생업으로 삼고 봉사활동을 한다.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그가 가장 먼저 다녀온 곳은 남원 나환자 정착촌이었다. 그곳에는 소록도에서 인연을 맺은 제2의 부모가 살고 계신다.
< 김현미 주간동아 기자 > khm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