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선수가 ‘빼앗긴’ 금메달을 놓고 온 나라가 끓고 있다. 그저께 열린 쇼트트랙 남자1500m 결승에서 1위로 골인한 후 실격판정을 받은 김동성 선수의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며 많은 국민이 분노했다. 미국 NBC방송이 실시한 인터넷 여론조사에서도 ‘실격판정이 부당하다’는 대답이 96%나 나왔고 경기를 지켜본 각 국 취재진까지 오심(誤審)이라고 했다니 “금메달을 도둑맞았다”는 우리 선수단의 주장은 설득력을 갖는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편파판정과 오심에 항의하는 주장이 유난히도 많이 나와 물의를 일으켰다. 남자1000m 경기에서도 우리 선수들은 고의 반칙을 당해 넘어지는 바람에 메달을 놓쳤고 피겨스케이팅에서는 판정담합 논란 끝에 금메달을 두 개 주는 해프닝이 벌어졌으며 스피드스케이팅은 부정 출발 시비로 얼룩졌다.
쇼트트랙경기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빠른 데다 신체접촉이 많아 판정하기가 까다롭지만 그렇다고 ‘명백한 오심’이 묵인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잘못 판정한 사실이 분명하면 바로잡는 게 스포츠 정신이다. 몇 년 동안 기울인 선수들의 노력이 억울하게 물거품이 되는 데도 이를 내버려둔다면 그것은 스포츠인에 대한 정신적 테러다.
우리 선수단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었다. 앞서 1000m경기에서 고의 반칙을 당했을 때는 항의조차 않았다. 남은 경기에서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지만 처음부터 단호하게 대처했더라면 이번처럼 눈뜨고 금메달을 빼앗기는 사태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문제가 터지자 이번에는 폐회식 불참을 검토하고 있다는데 이 또한 신중치 못한 발상이다. 아울러 이 문제가 반미감정으로 확대되는 것은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9·11테러 이후 처음 열리는 세계스포츠제전이다. 그러기에 지구촌의 갈등을 극복하고 공정한 룰을 지키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반칙과 오심으로 올림픽 정신만 훼손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