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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 실격파문]"광장된 몸짓" "판정 정확" 美언론 보도 양분

입력 | 2002-02-22 18:08:00


“오, 노? 오, 예스!”(솔트레이크 트리뷴) “별처럼 빛난 오노.”(데저레트 뉴스) “크로스트랙 판정은 아주 명확했다.”(USA투데이)

9·11테러 후 애국심의 호소에 혈안이 되어 있는 일부 미국 언론이 22일 전날 열린 제19회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남자1500m 결과에 대해서도 편파보도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가운데 가장 내용이 치우쳤던 것은 전국지인 USA투데이. 이 신문은 이날 “판정이 아주 정확했다”는 아폴로 안톤 오노의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김동성이 링크에서 보인 행동을 부각시켰다. 이 신문은 “마치 프로레슬링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연출됐다. 김동성은 자국의 국기를 얼음 위에 내동댕이쳤으며 스케이트로 플라스틱 마커를 발길질했다”며 시종 시종 비꼬았다. 솔트레이크 일간지인 데저레트 뉴스는 “마침내 젊은 미국인이 쇼트트랙에서 첫번째 금메달을 따냈다”며 오노의 ‘영웅만들기’에 정신이 없었고 솔트레이크 트리뷴은 화가 난 김동성이 두 손을 허리에 짚으며 전광판을 쳐다보는 사진을 게재하며 “김동성이 ‘마치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보기 역겹게 팔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일부 유력 신문은 판정 오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눈길을 모았다.

LA타임스는 “오노가 마지막 곡선주로에서 김동성의 견제를 받는 동시에 두 손을 번쩍 든 것은 마치 프로농구 선수가 상대선수와의 몸싸움에서 과장된 몸짓으로 반칙 사실을 알리려 하는 것과 비슷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오노가 과장된 행동을 취해 미국 관중이 김동성에게 야유를 보내게 했으며 심판은 관중의 야유에 호응이라도 하듯 오노의 손을 들어줬다”며 판정에 의문을 나타냈다.

▼FBI, 협박메일 수사

한편 김동성의 실격 판정에 따라 금메달을 낚아챈 미국의 오노에 대한 협박메일이 쇄도해 미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나섰다고 미국올림픽위원회(USOC)가 22일 밝혔다.USOC의 마이크 모란 대변인은 오노가 10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에 협박 메일이 처음 오기 시작했고 21일 1500m 결승전이 끝난 뒤 9시간 동안 대부분 한국에서 보낸 1만6000여개의 e메일이 USOC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쇄도해 서버를 마비시켰다고 덧붙였다.

USOC뿐만 아니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홈페이지도 성난 한국 팬들의 항의메일로 마비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

솔트레이크시티〓김상수기자ssoo@donga.com

▼여야 "금메달 되찾아야"▼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22일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김동성(金東聖) 선수가 1등을 하고도 실격판정을 받아 금메달을 놓친 데 대해 “한국 선수단의 항의와 제소방침은 정당하며, 중재위는 편파판정을 바로 잡고 김 선수에게 금메달을 돌려주어야 한다”고 논평했다.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대변인도 논평에서 “메달을 도둑맞은 어처구니 없는 일에 분노한다”며 “주최국인 미국을 위한 편파판정이 신성한 올림픽 정신을 훼손시키고 수치스런 올림픽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송인수 윤영찬기자 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