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사회 전반의 ‘총체적 개혁’을 부르짖으며 추진한 개혁 작업에는 늘 노선 시비가 뒤따랐다.
이는 우리의 경제역량과 상황이 아직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경제위기 극복 성과를 과시하려는 의도가 앞섰던 데다 국민적 설득 과정이 미흡한 데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야당의 노선 시비가 다분히 ‘정치공세’의 성격을 갖고 있었던 점도 부인할 수 없으나 노조와 시민단체 등 외곽세력을 동원한 밀어붙이기 식 추진방식이 결과적으로 이념논쟁에 기름을 끼얹은 셈이 됐다.
노선시비의 대표적 사례는 지난해 불거졌던 포퓰리즘(Populism) 논쟁이었다.
한나라당은 김만제(金滿堤) 당시 정책위의장 등이 전면에 나서 “정부 여당의 주요 정책들은 낡은 사회주의적 정책이자 페론주의적 인기영합정책”이라고 공격했다. 심지어 전경련 등 재계 일각에서도 이런 견해에 동조했다.
문제가 됐던 정책은 기업규제와 국민기초생활보장제, 의약분업, 국민연금 확대, 주5일근무제 추진 등. ‘DJ노믹스’라는 이름으로 추진된 현 정권의 대표적인 개혁정책들.
한나라당은 정부가 경제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서민층 표를 의식해 내놓은 선심성 정책이라고 비판했고 민주당은 서민을 위한 복지정책을 이념논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불순한 정치적 의도라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는 이념논쟁에서 밀리면 자칫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서로 한치도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결국 기업규제 의약분업 주5일근무제 등은 정부의 당초 계획보다 추진 일정이 늦어지거나 시행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에 있다
LG경제연구원의 오정훈(吳貞勳) 책임연구원은 “시장경제를 중시하면서도 어느 정도 시장에 개입하는 정부의 역할을 두고 이념적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지만, 정책은 이념보다 효율성 측면에서 따지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의 오정훈(吳貞勳) 책임연구원은 “정책은 이념보다 효율성 측면에서 따져야 하나 현 정부에선 이념적 요소가 앞서 고려된 점도 있다”고 말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