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1976)로 현재 미국항공우주국(NASA)우주생물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바러크 S 블럼버그(Baruch S Blumberg·77) 박사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인류와 질병의 싸움, 유전자 공학이 인간의 삶에 미칠 영향, 우주 생물 탐구의 의미 등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는 블럼버그 박사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공동연구를 수행했고 세계 최고에 도전하는 한국인 과학자로 선정(1998)되기도 했던 건국대 생명과학과 조명환 교수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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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께서는 1976년에 간염 B형 바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발견하고 질병 퇴치에 기여하신 공로로 노벨 의학상을 수상하셨습니다. 그 후 간염 백신을 개발해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기여하셨습니다. 그 당시 과학 기술과 지금과는 큰 수준 차이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1970년대의 분자생물학과 유전체 연구는 신약 개발과 백신 개발에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초기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간염 백신을 개발할 때는 신약 개발을 위한 유전체 연구 시대가 막 시작되려던 전환기였습니다.
저는 B형 간염 바이러스 표면 항원을 간염자의 혈액으로부터 추출해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세계 최초로 생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유전공학 기술이 개발됐고, 이 기술을 이용해 바이러스 표면 항원을 만드는 유전자를 찾아서 세균과 효모에 주입하여 백신에 이용할 표면 항원을 대량 생산하게 됐습니다. 이 방법은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한 세계 최초의 간염 백신이 됐고, 지금도 이러한 방법으로 상업화에 성공한 몇 개 안 되는 백신 중 하나입니다.
1970년대와 2000년대의 과학 기술의 두드러진 차이라면, 신약 개발을 위해 어디에서 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아울러 연구비가 어디서 나오고 있는가 하는 데 있습니다. 70년대에는 신약 개발이 대형 제약회사를 통해 이뤄졌다면, 요즘은 투자가들의 지원을 받는 많은 소규모 바이오 벤처회사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박사께서는 인류를 간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많은 공헌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에는 아직도 많은 감염자들이 있습니다. 앞으로 가까운 미래에 간염을 정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까? 아니면 아직도 해결해야할 숙제들이 많이 있는지요?
"간염 백신 프로그램은 현재 잘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선진국에서는 잘 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19달에서 36달 사이의 어린이들의 90%가, 그리고 13세-15세의 어린이들의 48%가 간염 예방 접종이 맞습니다. 대만에서는 신생아의 90%가 예방 접종되고 있고, 한국 싱가포르 중국의 일부에서도 비슷한 접종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약 110개의 나라가 간염 백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아프리카, 남미, 태평양 지역 유럽 등지에서는 아직도 간염 예방 접종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직도 3억 5천만명의 감염자가 있으며, 그들의 25%는 간염으로 결국 사망할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전 세계에서 더 많은 사람들의 간염 예방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간염 바이러스 퇴치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우리 인류는 지구상에 나타난 이래 미생물과 함께 살아오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전쟁과 테러를 두려워하지만, 미생물은 인류를 상대로 조용한 전쟁을 해오면서 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독감 바이러스는 1900년대 초에 유럽에서만 1억 5천만명의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박사께서는 현재 우리 인류를 가장 위협하는 질병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21세기에는 어떤 질병이 인류에게 가장 위협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계십니까?
"우리 인류를 오래 전부터 괴롭히고 있는 말라리아, 결핵, 설사, 간염, 호흡기 질환, 홍역, 천식, 테타누스, 기생충 등의 질병은 아직도 우리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독감 바이러스는 지금도 우리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에이즈라고 하는 새로운 질병은 우리를 치명적으로 공격하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환경의 많은 변화로 인해 새로운 바이러스나 세균이 더 많이 등장할 것입니다. 아울러 생물학전이나 생물학적 테러의 위협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위협들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우리의 공중 위생 시설이 향상돼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새로운 병원균의 등장을 예측하고 진단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의 구축으로 인류를 새로운 질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로 인해 사람의 수명, 특히 여성의 수명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런 현상은 백신이나 치료약 개발이 많은 발전을 거두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과거보다는 우리 인류가 미생물과의 전쟁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처해 오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과학과 기술은 놀라울 정도로 발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질병의 수와 종류도 그와 더불어 더욱 과거 보다 다양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사께서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결국 우리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줄 것으로, 혹은 최소한 질병을 줄여 줄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현대 의학의 목표는 인류를 어떠한 질병으로부터 고생하지 않고 건강하게 본인들의 수명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고혈압, 당뇨병, 관절염 등 오랜 시간을 거쳐 진행되는 병들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함으로서 병이 진전되는 것을 막거나, 최소한 병의 결과가 늦게 나타나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활동적이고 왕성한 삶을 유지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게 됐습니다. 이런 삶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의 지혜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왕성한 활동은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며 무료함이 생기지 않도록 해 주며, 삶에 대한 강한 동기 유발을 해주기 때문이다."
-과거에 생명과학은 세포의 기본 현상을 발견하는 데 집중해 왔지만, 유전공학 기술이 개발된 후 이런 발견들을 응용해서 우리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명공학은 백신과 치료약 개발 등으로 사람의 평균 수명을 연장시키는 한편, 유전자 조작과 생명복제도 가능하게 되어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동물 복제의 경험으로 우리는 살아 있는 동물을 탄생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깨닫게 됐습니다. 동물이 복제됐다 해도 그것들은 대부분 정상 동물과 달리 결함이 있는 동물들입니다. 복제 연구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유전 물질을 난소에 유입할 때와 유입된 이후에 예상치 못한 물질의 변화, 자궁내의 영향, 태어난 이후 환경 영향 등으로 복제된 동물은 원래 정상 동물과 다르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복제를 해달라고 희망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인간 복제는 법으로 규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인간 복제의 폐해는 우리가 우려하는 것만큼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인간 유전체 서열이 완전히 밝혀졌습니다. 앞으로 인간 유전체 연구가 생명공학과 의학 분야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아울러 이런 연구가 미래에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하십니까?
"유전체 연구는 우리 미래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신약 개발에 많은 기여를 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유전체 연구를 통해 물질들의 상호 반응, 중요한 생화학적 경로, 효소 등에 대한 생물학적 발견들이 더욱 구체화 될 것입니다. 또한 이런 발견들은 새로운 치료약 개발에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항상 문제는 존재할 것입니다. 즉 어떻게 이런 연구 결과들을 유용하게 사용할 것이며, 어떻게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약들을 선별할 것인가 등 많은 난제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유전체 연구는 질병에 걸리게 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 부위를 규명하게 될 것입니다. 질병 유발에 관여하는 유전자 부위들은 여러 곳 존재하며 이들은 서로 반응하며 주변의 환경과도 아주 복잡한 과정을 통하여 긴밀한 반응을 합니다. 분명한 것은 이런 유전체 연구 결과들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사께서는 바이러스 전문가로서 최근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생물학연구소 소장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NASA로 가게된 동기는 무엇이며, 만족하고 있는지요?
"NASA에서 일을 하게 될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제가 스탠퍼드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을 당시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소재하고 있는 NASA 에임스연구센타에서 우주생물학연구소 설립을 위한 여러 학술 회의에 참석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회의에 참석했을 때 우주생물학 연구소장직을 제의받았습니다. 물론 저는 그 제의를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저는 이 일에 만족을 하고 있으며, 이 분야의 많은 우수한 과학자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분야에서 매일 우주에 대한 새로운 과학적인 발견들을 접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 동안 인공위성, 우주 왕복선, 망원 관측 등 다른 여러 기술들이 개발되면서 과거 우리가 우주에 대해서 전혀 알 수 없던 사실들을 접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NASA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발견들이 항상 이루어지고 있는 NASA는 흥미진지한 곳임에 틀림없습니다."
-'생명체는 지구에만 있는가?', '생명의 기원은 무엇인가?', '앞으로 우주에서 인간의 미래는 어떠할까?' 아마도 이런 질문들은 영원히 우리의 궁금증으로 남을 것입니다. NASA 우주생물학연구소장으로서 박사께서는 NASA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연구들이 이런 질문들에 대해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엄청난 연구비를 투여하고 있는 NASA에서의 우주생물학 연구의 최종 목표는 무엇입니까?
-'생명체는 지구에만 있는가?', '생명의 기원은 무엇인가?', '앞으로 우주에서 인간의 미래는 어떠할까?' 아마도 이런 질문들은 영원히 우리의 궁금증으로 남을 것입니다. 박사께서는 NASA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연구들이 이런 질문들에 대하여 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엄청난 연구비를 투여하고 있는 NASA에서의 우주생물학 연구의 최종 목표는 무엇입니까? 또한 복제된 인간들이 생겨나고, 혹은 지구 밖에 새로운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할 수도 있게 된다면, 이는 우리 가치관에 많은 혼돈을 가져 올 것입니다. 박사께서는 미래에 이런 일들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합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하나요?
"이런 질문들은 바로 NASA에서 우주생물학 연구에 박차를 가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이런 질문들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기본적 질문들이고, 과학은 분명히 이러한 질문에 답변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질문들은 철학, 종교, 또는 인류학에서도 나오는 질문들입니다. 하지만 이런 질문들에 대해 답을 내는 것은 기초 과학자들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의 과학적 경험에 의하면 이런 기본적인 과학적 질문들을 이해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통해 우리는 결국 응용 분야에 이르렀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간염바이러스를 발견하고 백신을 개발한 것도 같은 경우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사람이 어떻게 생화학적으로 다양한가에 대한 기초 연구를 하다가, 결국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간염바이러스를 발견하고 백신도 개발하게 됐습니다.
우리는 아직 지구 밖에 생명체가 존재하는지 모르고 있으며, 확실한 증거도 없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우주 어느 곳인가에 생명체가 있는 곳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생명체가 지구 밖에도 존재한다는 가설을 시험하기 위한 데이터들을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그리고 편협된 마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기 위해 개인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구 밖 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밝히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분명히 이러한 연구를 위한 충분한 기반과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수 세대에 걸친 국제적인 과학적 연구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구 밖 생명체 존재에 대한 확실한 답변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진행되는 우주생물학 연구 자체가 우리 인류에게 가장 흥미진진한 분야가 될 것입니다."
정리=김형찬기자 khc@donga.com
◆ 배러크 S 블럼버그 소개
배러크 블럼버그 박사는 1925년 미국 뉴욕에서 출생했다. 유니언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콜롬비아대에서 수학을 전공한 후, 콜롬비아 의과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고 영국으로 건너가 옥스퍼드대에서 생화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질병 연구를 총괄했고, 다시 필라델피아에 있는 폭스 체이스 암연구소에서 간암 연구에 절정을 이루게 된다. 당시 펜실베이니아대 의과대학과 인류학과에서 교수직을 맡았던 그는 1976년 D 칼러튼 가쥬세크(D Carleton Gajdusek) 박사와 함께 질병의 근원과 전파의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로 노벨의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1960년 초 사람들이 특정 질병에 대해 다른 반응들을 보이는 원인에 대해 연구하던 중 1963년 호주에서 특별한 신비의 항원인 '호주 항원'을 발견하게 됐다. 그리고 1967년에 이 항원이 B형 간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그리고 1982년에는 세계 최초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간염 백신을 미국에서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그가 백신을 개발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들이 간염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다. 이로 인해 어린이들의 간염 감염률을 80%까지 줄이고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그는 백신 개발을 비롯한 간염 연구 결과에 대해 특허 신청을 하지 않고 많은 나라들에 다니면서 간염 예방 프로그램을 도왔다. 그는 이런 헌신적 노력으로 간염 예방과 치료에 획기적인 기여를 했다.
그는 지금 미국 항공우주국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생명의 기원과 우주의 다른 생명체에 대한 인류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매년 약 10억불의 연구비를 집행하며 우주생물학 연구소의 모든 연구들을 총괄하고 있다. 낙천적 성격의 소유자로 수학 물리학 인류학 의학 등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그는 누구보다도 NASA의 우주생물학 연구의 총 책임자로서 적임자였을 것이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함께 연구를 하다가 잠시 휴식을 위하여 캠퍼스 뒷동산에서 함께 산책을 할 때마다 그는 나에게 노래를 불러 주었다. 그는 아직도 젊은 과학자이다.
조명환(건국대 생명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