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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흐르는 한자]山 嶽(산악)

입력 | 2002-02-24 17:25:00


山 嶽(산악)

嶽-큰산 악 庫-창고 고 畏-두려울 외

宰-재상 재 征-칠 정 繡-수놓을 수

2002년은 유엔이 정한 ‘세계 山의 해’, 山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그 유용함을 인식하기 위한 것이다. 사실 山은 자원의 寶庫(보고)이며 수많은 동식물의 서식지이자 신선한 물의 원천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山은 바다만큼이나 다양한 생명체로 가득 차 있으며 적도의 밀림지대는 지구의 허파로 인류의 생존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그 山을 잘 보호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야말로 인류가 앞으로 살아나가는 데 반드시 터득해야 할 지혜다.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山’으로 삼았다.

山에 대한 생각은 시대에 따라 달랐다. 아직 認知(인지)가 깨이지 않았던 옛날, 순진했던 우리네 조상들은 山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敬畏(경외)의 대상으로 여겼다. 특히 규모가 큰산일 경우, 그곳에는 인간 세상을 主宰(주재)하는 어떤 거대한 존재가 있다고 여겼으며 그를 山神이라고 하여 섬겼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山에 대해 친근감을 느꼈다기보다는 늘 敬畏와 神秘(신비)로 가득 찬 곳으로 여겼다. 물론 이런 생각은 韓中 양국이 다르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양국의 전통 山水畵(산수화)에서는 비슷한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자연히 山을 이해하고 이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했으며 征服(정복)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한중 양국에 등산가나 탐험가가 일찍 출현하지 않았던 까닭도 여기에 있으며 에베레스트를 자국 경내에 두고 있는 중국이지만 그것을 최초로 정복한 것은 다른 나라 사람이었다.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로 이루어진 우리나라는 名山도 많아 ‘삼천리 錦繡江山(금수강산)’이라 하였다. 과연 崔南善(최남선)의 朝鮮常識問答(조선상식문답)에 의하면 東西南北 사방에 하나씩 名山을 두고 있어 각기 金剛山(금강산), 九月山(구월산), 智異山(지리산), 妙香山(묘향산)이라 하였다.

한편 山과 비슷한 뜻을 가진 글자에 嶽도 있다. 法律이니 海洋, 言語처럼 ‘山嶽’이라고 합쳐 부르지만 엄밀히 말하면 의미가 약간 다르다. 즉 보통의 山보다는 높고 크며 인간과 특별한 관계를 지니고 있을 때 嶽이라고 불렀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의 ‘五嶽’이다. 전국적으로 중요한 名山 다섯 개를 정하여 天子가 매년 祭祀를 올리고 巡行(순행)했던 곳으로 東의 泰山(태산), 西의 衡山(형산) 南의 華山(화산), 北의 恒山(항산), 中의 嵩山(숭산)이 그것이다. 참고로 岳(악)은 嶽의 異體字(이체자)로 같은 글자, 다른 모양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