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노의 저주’가 풀릴 수만 있다면….
미국프로야구 보스턴 레드삭스의 열성팬들이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의 피아노 인양 작전에 나섰다. 이들은 루스가 1918년에 보스턴 근교의 윌리스 연못에 빠뜨린 것으로 알려진 피아노를 건져내 다시 연주한다면 저주가 풀릴 것이라고 믿고 있다.
밤비노는 루스의 애칭. 보스턴은 루스가 활약했던 1918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동부의 명문구단으로 군림했지만 이듬해 그를 뉴욕 양키스에 현금 트레이드한 뒤 지난해까지 83년간 단 한번도 샴페인을 터뜨리지 못하는 ‘밀레니엄 징크스’를 겪었다. 반면 양키스는 이후에만 26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인양 작업은 현재로선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 이미 주 정부에 윌리스 연못 탐사 허가와 피아노 발견시 경매 우선권을 따낸 팬들은 24일 5명의 다이버를 동원해 4.5m 깊이의 연못을 탐사했지만 시야를 확보하지 못했고 초음파 탐지기도 단서를 발견하는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팬들은 이 곳에 피아노가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다. 루스가 1917년과 1918년에 윌리스 연못 근처의 오두막을 빌렸고 여기서 찍은 사진이 남아 있으며 피아노가 윌리스 연못에 빠졌다는 내용이 담긴 루스의 친구 편지가 이들이 내세운 증거.
마치 엽기 영화의 한 장면같지만 어느새 21세기까지 계속되고 있는 밤비노의 악령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보스턴 팬들의 열망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 같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