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에 나서는 학생들에게 정부가 ‘개별적으로’ 여행경비를 지원하겠다는 발상은 어떻게든 이 사업의 명맥을 유지하고 보겠다는 정부의 대북(對北) 강박증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인지를 잘 보여준다. 이 사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치유책에 대해서는 북측과 재협상을 시작하지도 못한 채 임시방편적인 처방에만 골몰하는 정부의 처지가 참으로 딱하다.
남북경협기금으로 학생들의 수학여행 경비를 지원하자는 생각은 원래 작년에 현대 측이 정부에 제시한 관광활성화 방안 중 한 가지였다. 하지만 작년까지 이를 거부했던 정부는 관광사업이 갈수록 궁지에 몰리자 지난달 발표한 지원대책에 이 내용을 슬그머니 포함시켰다. 엊그제 당국자가 ‘수학여행 단체가 아니라 학생 개별 차원으로 경비를 지원하겠다’고 한 것은 여기서 좀 더 구체화된 내용인 셈이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온갖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인상만 줄 뿐이다. 이번에 나온 ‘개별적인 경비 지원’ 방안은 정부가 수학여행 단체에 대해 지원할 경우 예상되는 설악산 경주 등 국내 유명 수학여행 지역의 반발을 피하고, 수학여행 단체를 수용할 수 없는 협소한 관광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이다. 지난달 지원대책을 내놓을 때에는 미처 예상치 못했던 문제점들을 피해 보겠다는 발상인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정부가 금강산 관광사업에 한없이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의 문제점에 대해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이번 관광경비 지원 문제는 그런 비판적인 여론에도 정부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도대체 언제까지 그 ‘집착’에 사로잡혀 있을 것인가.
정부가 뒤늦게나마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해 올바른 입장을 정립한다면 그동안 퍼주기로 일관해온 햇볕정책의 바람직한 수정 보완을 나라 안팎에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얼마 전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드러났듯이 햇볕정책의 수정 보완은 정부의 당면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