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장관은 1월10일 네바다주 유카 산맥에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예상했던 대로 네바다주와 환경단체들은 격렬히 반대하고 있고, 긴 법적 투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1982년 제정된 미국의 ‘국가 핵폐기물 처분법’은 에너지장관이 지질, 환경 조사연구를 바탕으로 최적지를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 추천을 수용할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미국의 새로운 진전은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나라들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과 핀란드가 고준위 핵폐기물 영구 처분장 찾기에 선두주자가 될 것이다. 많은 나라가 원자력에 의존해 전기를 일으키면서도 그 과정에서 나오는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찾기엔 인색했다. 방사성 폐기물은 몇 백년 동안 인간과 자연을 위협하는 물질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분장과 사용 후 핵연료의 중간 저장시설을 찾고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2001년까지 찾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처음엔 정부의 비밀스러운 ‘찾기’에 주민들이 격렬하게 반대했고, 나중엔 민주적으로 투명하게 지방정부를 유인하려 했지만 3000억원이 적은지 성공하지 못했다.
울진, 영덕, 안면도, 굴업도는 지금도 핵폐기물이라면 치를 떨고 있다. 첫 번째 단추가 잘못 끼워진 죄로 지금도 그 미래가 불투명하다. 정부는 다음 선거 뒤로 이 ‘찾기’를 미뤄두었다. 그러나 한국의 산업자원부장관도 미국의 에너지장관처럼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어느 지방정부가 선뜻 50만평을 내놓을 수 있을까. 정부는 최선의 과학기술 정보를 토대로 최적지를 선정하고 공청회를 연 뒤 하자가 없다면 이를 밀고 나가야 한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이 문제를 애써 회피해 왔다. 그러나 어려운 결정을 언제까지 미뤄 둘 수는 없다.
1978년 고리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되면서 한국경제는 획기적으로 발전해 왔고, 고리 울진 월성 영광에 16기의 원자로가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거기서 나온 핵 쓰레기는 임시 저장소에 저장되어 왔다. 그러나 한정 없이 ‘임시’ 저장소에 쌓을 수는 없다. 그 한계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을 찾아 나섰다.
한국은 지금 중·저준위 핵폐기물 처분장을 찾아야 한다. 원자력 발전에 의존해 전력을 공급할 수밖에 없는 한국은 그만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찾기에 최선의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최연홍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원 교수·환경정책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