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제일제당 계열의 빵집 뚜레쥬르를 7년째 운영하는 김승례씨(47·여)는 요즘 신이 나 있다. 지난해 5월부터 도입한 인터넷 기반 정보관리 시스템(TIS) 덕분에 매출이 15%정도 뛰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TIS를 도입한 뒤로는 고객의 생일이나 기념일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생일축하 케이크를 제안하는 식으로 단골관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귀띔한다.
서울 둔촌동에서 자전거 가게를 하는 김기상 사장(42). 그는 옥션, 야후 등 ‘소호(SOHO)몰’에 인터넷 가게를 입점시켜 월 1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기업과 개인을 막론하고 한국 사회에서는 이제 정보화가 생활의 필수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한국이 세계 최강의 정보화 인프라를 자랑하는 국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초고속 인터넷망은 더 성장할 곳이 없다고 할 정도로 웬만한 가정에는 다 깔려있다. 개인휴대단말기(PDA) 등 정보화를 구현할 제품도 앞다퉈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내용물(콘텐츠)이 이처럼 좋은 인프라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에 관한 정보는 발달된 편이지만 우리의 생활을 살찌울 만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
누구나 온라인 게임을 즐기지만 리니지 등 일부만 제외하고는 대부분 외국에서 들여온 것들이다. 게임 이외의 문화콘텐츠는 더욱 부족하다.
인기 있는 만화는 일본에서 건너온 외설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작품들이 태반이다. 디지털 영상시대가 펼쳐지고 있지만 이것은 많은 경우 음란물을 들여다보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기능을 이용해 보라. 정작 알고싶은 고급 정보보다는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먼저 뜬다. 1차 콘텐츠가 빈약하다보니 2차로 가공된 콘텐츠가 우선시되는 것이다.
외국업체들은 한국의 좋은 인프라를 보고 한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MS가 네트워크 제국을 꿈꾸며 KT에 투자했고,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PS)2를 한국에 소개했다. 여차하다가는 우리의 콘텐츠가 설 땅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양질의 한국식 콘텐츠로 우리의 인프라를 채우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