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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기 불허' 돌출행동 사전차단

입력 | 2002-02-26 00:00:00


정부가 남북대화 재개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새해맞이 금강산 공동행사가 막판진통을 겪고 있다.

46명의 방북 불허자 가운데 무려 40명이 포함된 통일연대측이 25일 정부의 강경조치에 반발, 불참의사를 밝히자 7대 종단과 민화협 등 다른 두 단체마저 불참여부를 논의하고 나섰기 때문. 더욱 큰 문제는 북한측이 이런 조치를 트집잡아 아예 행사자체를 무산시키려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북측 민화협은 지난해 4월초 금강산에서 남측 민화협 및 통일연대측과 ‘민족통일촉진 운동기간’(6월15일∼8월15일)과 관련된 실무접촉을 갖기로 했다가 우리 정부가 통일연대의 방북을 불허하자 남측 민화협과의 회동자체를 무산시킨 전력이 있다.

아무튼 정부의 이번 조치는 종전 비슷한 행사의 경우 방북불허자 수가 서너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할 때 이례적인 강경대응이라고 할 만하다.

정부가 이처럼 승인 기준을 엄격히 적용한 이유는 지난해 평양 8·15 민족통일대축전에서 벌어졌던 ‘친북(親北)’ 논란의 재연 소지를 미리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화제의를 거부한 이후 연일 반미(反美)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열중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이번 행사가 자칫 ‘반미(反美)’선전장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이번 결정에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여기다 미국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서의 편파판정에 대한 불만이 남아있는 만큼 남측 참가자들이 북측의 반미선전에 이용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 이 경우 한미동맹에 균열이 가는 것은 물론 남북관계의 첫 단추에서부터 상황이 꼬일 것이라는 게 정부의 우려였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