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같이 세련된 것이 아닌 진짜 '오락실 게임' 시절 즐겨했던 것 중에 라는 게 있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실명으로 등장하는 이 게임은 1980년대 말 ~ 90년대 초쯤에 만들어진 것으로 국내 오락실에도 꽤 많이 보급(?)이 되어있었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아주 간혹 이 기계가 설치된 오락실이 있었는데 이제는 사라져 버린 듯 하다.
데이브 헨더슨, 호세 칸세코, 마크 맥과이어, 해롤드 베인스, 테리 스타인벡, 데니스 에커슬리, 데이브 스튜어트, 밥 웰치, 릭 허니컷등의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이 즐비했던 A's는 실제는 물론 게임에서도 무적의 팀이었는데 그 중 최고 선수는 단연 리키 헨더슨이었다.
지난해 샌디에이고의 1번타자이자 좌익수로 활약했던 '좌투 우타'- 리그를 전부 뒤져봐도 좌투 우타의 선수는 흔하지 않다 - 의 노장 리키 헨더슨이 보스턴 레드삭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어 또 한번의 시즌을 뛰게 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79년부터 몸담은 8번째 구단이자 24년째 빅 리거 생활이다.
헨더슨은 무려(?) 1958년생 이니까 우리나이로는 44살. 이미 한참 전에 은퇴해 애너하임 감독으로 있는 마이크 소시아와 동갑으로 감독이나 코치가 더 어울리는 나이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뛰고 있으며 그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고 있다.
지난 한해 메이저리그에는 두개의 역사적인 기록갱신이 있었다. 하나는 다들 잘 아는 대로 배리 본즈의 시즌 최다홈런(73) 기록 돌파였다. 물론 98년 마크 맥과이어가 시즌 70개의 홈런을 칠 때 미국을 비롯한 세계언론이 보여줬던 호들갑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본즈의 홈런행진에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였던 게 사실이다.
또 하나의 기록경신은 바로 이 글의 주인공 헨더슨과 관련된다. 헨더슨은 타이 캅이 보유하고 있던 통산 득점 2245개를 넘어서 무려 2248번 홈 플레이트를 밟았다. 불과 3년 전에 세워진 홈런 기록을 깬 본즈는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반면, 헨더슨의 이 역사적인 대기록은 유야무야 넘어가고만 것이다.
하긴 리키 헨더슨의 기록행진은 과거에도 축하를 받지 못했던 전력이 있다. 2000년 시즌에 베이브 루스의 통산 볼넷 기록을 넘어서려는 순간 어처구니없게도 2056개이던 루스의 기록이 갑자기 2062개로 정정되면서 대기록 수립이 한 시즌 늦춰진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리키 헨더슨 하면 일단 '도루'가 생각날 만큼 그는 통산 최다도루 기록 보유자이자, 빈스 콜맨과 함께 시즌 100도루이상을 3번이나 달성한 도루 전문가이지만 사실 그 외에도 오랜 선수생활 동안 착실하게 기록을 쌓아올린 결과 도루뿐만 아니라 여러 공격부문의 통산 기록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데 그 자세한 기록은 다음과 같다.
HITS
1. Pete Rose 4256
2. Ty Cobb 4191
3. Hank Aaron 3771
4. Stan Musial 3630
23. Rickey Henderson 3000
GAMES
1. Pete Rose 3562
2. Carl Yastrzemski 3308
3. Hank Aaron 3298
4. Ty Cobb 3034
9. Rickey Henderson 2979
AT BATS
1. Pete Rose 14053
2. Hank Aaron 12364
3. Carl Yastrzemski 11988
4. Cal Ripken Jr. 11551
12.Rickey Henderson10710
RUNS
1. Rickey Henderson 2248
2. Ty Cobb 2245
3. Babe Ruth 2174
4. Hank Aaron 2174
5. Pete Rose 2165
STOLEN BASES
1. Rickey Henderson 1395
2. Lou Brock 938
3. Billy Hamilton 937
4. Ty Cobb 892
5. Tim Raines 808
BASE ON BALLS
1. Rickey Henderson 2142
2. Babe Ruth 2062
3. Ted Williams 2019
4. Joe Morgan 1865
5. Carl Yastrzemski 1845
위의 표만 봐도 리키 헨더슨은 분명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충분한 조건을 갖춘 '대(大)선수'임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지금 2002년 2월 현재 그의 기량의 정도와 위치는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2001 시즌의 기록을 살펴보는 것이 헨더슨의 현재 모습을 알아보는 가장 쉬운 방법일 것이다.
지난 2001시즌 헨더슨은 도합 123게임에 출전해서 0.227의 평범한 -아니 리그 평균보다 떨어지는 - 타율을 기록했다. 넘치는 체력의 소유자인 헨더슨도 흘러가는 세월은 어쩔 수 없는지, 지난 시즌의 배트 스피드는 전성기가 지난 90년대 초반에 비해서도 현저히 늦어진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의 출루율인 0.366은 NL 1번 타자들 중 여섯번째로 높은 것으로, 81개의 볼넷과 단 84개의 삼진(일반적으로 삼진과 볼넷의 비율이 1대1 정도면 매우 좋은 선수안을 지닌 선수로 분류된다)으로 알 수 있듯, 배트에 공을 맞추는 재주가 떨어진 헨더슨이지만 볼과 스트라이크를 판별해내는 '선구안'만은 여전히 리그 최고급임을 잘 알 수 있다.(참고로 지난 시즌 우승팀 애리조나의 1번 타자인 토니 워맥의 출루율은 0.307이었으며, 올 시즌 다시 메츠로 돌아간 현역 최고의 1번 타자 중 한 명인 로저 시데뇨의 출루율이 고작 0.337였음을 상기하자. 여기다 리키 헨더슨은 2001 시즌보다 못한 출루율을 보인 적이 23번의 시즌 중 고작 5번 밖에 없었다)
'대도'리키 헨더슨은 지난 시즌 통산 볼넷, 득점기록을 갈아치웠고 또 3000안타를 돌파했다. 그에게는 이제 뚜렷한 선수생활의 목표가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팀을 향해 또 짐을 꾸렸다. '1958년생'이란 사실을 믿기 힘들 정도로 '정정한'헨더슨의 은퇴가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그가 은퇴하는 날에는 꼭 박수를 보내주리라.
자료제공: 후추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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