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을 숨겨라!”
지난해 11월 “1973년 32세로 요절한 쿵푸스타 리샤오룽(李小龍)을 디지털 기술로 사람과 똑같이 부활시켜 새 영화를 찍겠다”고 발표한 신씨네(대표 신철)는 개봉 2년여를 남겨둔 요즘 ‘보안유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파이널판타지’ ‘철인사천왕’ 등 영상제작에 컴퓨터그래픽이 많이 사용된 점을 내세우며 ‘자랑했던’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한 점에서 신씨네는 “디지털 기술적인 측면을 철저히 가리고 아날로그와 감성에 호소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것.
신씨네는 그동안 리샤오룽이 출연한 영화를 분석, 리의 움직임과 표정, 피부의 기름기 심지어 땀방울이 흘러내리는 속도와 각도까지 파악했다. 리의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션캡처’방식이 동원된다. 실제 무술인이 주요 관절에 센서를 붙이고 스튜디오에서 연기를 하면 적외선카메라가 센서의 움직임을 포착, 결과 값을 컴퓨터에 저장한 뒤 리샤오룽 캐릭터에 적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리샤오룽이 땀을 흘리며 실제 사람이 연기하는 적들과 싸우는 모습에서 일반 관객들은 실제 인물과 차이점을 거의 느낄 수 없게 된다.
‘죽은 사람을 살리는 기술’에 관한 세상의 관심에 신씨네 측은 “디지털기술이 보편화된 요즘 기술을 부각하는 순간 영화는 혼을 잃는다”며 현재 제작과정 공개를 극구 거부했다. 관객의 감흥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살냄새가 생생히 느껴지는 감성적인 리샤오룽이지 디지털로 복제한 리샤오룽이 아니라는 것이다.
애초 신씨네가 부활시키려한 후보 중에는 제임스 딘이나 마릴린 먼로도 있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그러나 “동양적인 것을 추구하는 서양인들 사이에서 서양인 캐릭터는 매력을 잃어가는 추세”라며 “디지털기술로 살려내는 인물이 아날로그적 매력이 없다면 디지털기술은 쓸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신씨네는 리샤오룽을 ‘살려내기’ 위해 리의 아내와 딸을 지난 4년간 집요하게 설득, 쟁쟁한 외국의 경쟁업체를 물리치고 초상권을 따냈다. 현재 리샤오룽 캐릭터는 거의 완성단계에 와 있으며 올해 시나리오 작업을 끝낸 뒤 내년부터 실사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