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잇감으로 길러주는 상상의 날개/카린 노이슈츠 지음 /전경원 옮김208쪽 9000원 한울림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놀잇감은 쇼핑몰마다 넘쳐나는 각양각색의 플라스틱 장난감이 아니다. 일상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어른들이 사소하게 생각하고 지나치는 것도 아이들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귀로 듣고 입으로 빨며 무한한 상상력을 동원해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엄마가 바느질을 하면서 붕대를 감을 수 있도록 발만 내줘도 아이들은 병원놀이를 하면서 즐거워한다.
저자는 스웨덴 스톡홀름 발도르프 유치원에서 교사를 교육하고 있다. 발도르프 유치원에서는 유아들에게 인위적으로 무엇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아이들을 자유롭게 놓아두고 최대한 잠재능력을 확장시켜 주려 한다. 아이들의 놀잇감으로는 크고 작은 상자와 항아리, 천 조각과 간단한 바느질 도구, 나무토막 돌 씨앗 등의 자연물, 촉감이 부드러운 헝겊으로 만든 인형 등이 제공된다. 아이들 스스로 상상력을 동원해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책은 2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놀이를 통해 들여다보는 아이들 세계’는 나이에 맞는 자연스러운 놀이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구멍과 원통의 크기를 추정하는 것을 배우기 위해 다양한 크기의 구멍이 있는 나뭇조각과 원통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립스틱을 립스틱 상자 속에, 입술이 트는 것을 방지하는 입술 보호제를 보호제 용기 속에, 연필을 병 속에 넣어봄으로써 자연스럽게 크기에 대한 감각을 익힐 수 있다.
2장은 ‘아이의 상상력을 키우는 헝겊 인형 만들기’다. 헝겊 인형을 만드는 갖가지 방법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발도르프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주는 헝겊 인형은 아이의 실제 모습을 닮아 친근하다. 인형 중에는 눈 코 입이 없는 것도 있다. 이런 인형은 아이들의 상상속에서 공주도 되고 악마도 되고 농부도 되어 어린이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준다. 자녀들과 함께 바느질을 하면서 간단한 인형을 만들어보는 것, 그런 작은 일 가운데서 가르치는 부모와 교사, 배우는 아이 사이에 정신적 교감이 오가고 참다운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