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동아일보 기자 김….”
“어머, 거미잖아. 에잇!”
인사를 채 건네기도 전에 예쁜 고무신을 신은 자그마한 발로 거미를 밟아 죽이고는 뒤늦게 자신의 행동을 깨달은 듯 머쓱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MBC 드라마 ‘상도’에서 사랑하는 이를 눈물 가득한 두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뭇 남성 시청자들의 가슴을 저리게 하는 탤런트 김현주(24)의 첫인상은 왈가닥 그 자체.
그는 요즘 경북 상주, 충남 금산, 경기 의정부 야외 세트장과 서울 여의도를 오가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까칠한 얼굴이 그동안 쌓인 피로의 두께를 말해 주고 있지만 그의 일 욕심은 끝이 없다. 3월 2일부터 시작되는 SBS 드라마 ‘유리구두’(토일 밤9·50)에서 주인공 역을 맡으면서 그는 데뷔 이후 처음인 겹치기 출연도 마다하지 않는다.
“‘유리구두’ 다 찍고 나면 쓰러지지 않을까요. 이미 촬영에 들어갔는데 좀 걱정되는 거 있죠. 그래도 어떡해요. 둘 다 놓치기 아까운 드라마인 걸.”
그러나 ‘상도’의 빡빡한 촬영일정 때문에 동시에 두 드라마에 출연할 만한 시간적 여력이 없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옆에 있던 매니저는 아예 말도 못 꺼내게 한다.
“말 마세요. 스케줄 짤 생각만 하면 아주 골치 아파요.”
김현주
△1978년 4월24일생
△단국대 연극영화과 재학중
△1997년 MBC '내가 사는 이유'에서
술집 작부 '춘심'역으로 데뷔
△1998년 MBC '사랑밖에 난 몰라'
SBS '사랑해 사랑해'
△2000년 SBS '덕이'
△2001년 MBC '그 여자네 집' '상도'
‘유리구두’에서 그가 맡은 배역은 어떤 어려움도 씩씩하게 이겨나가는 낙천적인 성격의 김윤희역.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등 모진 시련을 당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믿고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당찬 여성이다.
이번 드라마에서 그는 한때 연인 사이였던 소지섭과 함께 연기하게 된다. 불편하지는 않겠느냐고 묻자 대뜸 “그런 질문 받으면 불쾌하다”며 정색을 했다.
“둘 다 ‘프로’라면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 과거는 접고 현재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싶네요. 연출자가 상대역으로 소지섭씨를 추천했을 때 저도 ‘좋다’고 얘기했죠. 지금은 그저 편한 친구 같은 관계예요.”
소지섭과의 관계를 그저 ‘편한 관계’라고 간단히 규정했지만 순간 분위기가 썰렁해질 만큼 아직 그는 주위의 시선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취미가 뭐냐”는 아주 평범한 질문을 던졌다. 대답은 뜻밖에도 십자수와 뜨개질.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하는 이런 취미는 스케줄에 쫓기는 연예인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요즘 모자 달린 카디건을 짰어요. 누구 주려고 짰느냐고요? 아까워서 그걸 어떻게 남한테 줘요. 그래서 이번 드라마에 입고 나오려고요. 한번 보세요. 얼마나 잘 떴는지.”
그는 새 드라마에 대한 기대로 한껏 들떠 있었지만 ‘상도’가 끝나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1개월 후면 끝난다니 믿어지지 않아요. 처음에는 시청률이 부진해 속도 많이 상했지만 이제는 마니아를 형성할 만큼 인기를 끌게 돼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몸은 지칠 대로 지쳤지만 ‘유종의 미’를 거둬야죠.”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