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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박지윤, 그녀는 '카멜레온'

입력 | 2002-02-26 16:43:00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광고문구가 있었다.

빛바랜 사진처럼 새롭지 않지만 늘 공감케하는 이 문구가 바로 요즘 스타들의 서바이벌 게임을 연상시킨다. 가수 댄서 배우의 고유영역이 무너진 지금 이제 스타들은 자신만의 이미지와 캐릭터를 갖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어졌다.

물론 가수들은 첫째도 노래, 마지막도 노래로 승부를 내야하나 1970년대 통기타 시절의 양희은에게도, 지금도 가창력의 중요성을 목이 터져라 역설하는 이은미에게도 각각 청바지와 맨발의 ‘디바’라는 그들만의 이미지가 존재했다.

특히 요즘처럼 신인스타가 하루를 멀다하고 등장하고, 20대의 꽃다운 나이에도 앨범 발매 횟수가 세 번을 넘어서면 중견가수로 대접받는 시대에는 스타 스스로 새롭게 거듭나지 않으면 이는 곧 퇴출을 의미한다.

이런 면에서 박지윤은 1집 때부터 최근의 5집에 이르기까지 매번 새롭게 변신해 성공했다.

# 꿈많은 여고생

고교생 스타라는 청순함을 무기로 삼았던 1집에서는 어깨 위로 찰랑거리는 단발머리에 튀지않는 평범한 의상 그리고 가볍게 바른 립스틱으로 그저 어른이 되고 싶은 옆집 여고생의 이미지를 보여줬고 이는 동년배 청소년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 로맨스 꿈꾸는 천사

2집 ‘블루엔젤’에서는 ‘전편보다 나은 속편없다’는 징크스 때문에 고심을 많이 했다. 필자도 이 앨범의 스타일 컨설팅을 맡았었는데 문제는 박지윤의 과도기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였다. 1집때의 청순함을 또 쓸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어엿한 성인으로 컨셉트를 잡기에는 너무 이른감이 있었다. 그래서 청순한 천사이지만 하얀 옷을 입은 순수한 천사보다 로맨스를 꿈꾸는 ‘타락천사’의 이미지로 정했다. 포인트는 한쪽 귀에만 건 푸른색의 깃털 귀고리로 정하고 로맨틱하고 깜찍한 의상들로 코디네이션을 했다.

# 여린 모습은 그만

3집은 이제 막 학생티를 벗은 그녀를 좀 더 부각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타이틀 곡인 ‘가버려’의 비트 강한 리듬과 어울리도록 2집보다 좀 더 많은 노출과 반짝이는 의상 그리고 얼굴에 그려넣은 꽃무늬로 에스닉(ethnic)풍을 시도했다.

# 소녀에서 여인으로

4집은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닌 그녀를 위한 ‘성인식’을 준비해야했다. 예전에 기르던 머리를 짧게 자르고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빨갛고 윤기나는 립스틱을 짙게 발랐다. 의상은 몸매가 드러나는 검은 드레스와 하이힐. 지금껏 즐겨입던 바지는 이제 ‘안녕’이었다.

# "난 남자야"

5집에서는 변신의 귀재인 마돈나가‘En Vogue’에서 보여줬던 중성적 이미지로 컨셉트를 잡았다. 노래 제목도 ‘난 남자야’다.그는쫙 빼입은 남성 정장에 중절모까지, 흡사 흑백영화시대의 남장여인을 연상시키며 이전보다 더 매력적인 춤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간호섭 동덕여대 의상디자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