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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하기 좋은나라]"무역금융 보증한도 4년째 동결 웬말"

입력 | 2002-02-26 17:12:00


“수출규모는 늘었는데 현지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자금 규모는 4년 전 그대로입니다. 최소한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이라도 금융제도가 따라 변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21일 열린 산업자원부장관과 무역업계 간담회. 한 수출업체 간부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무역금융제도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현재 외국환 거래규정은 30대 그룹 계열사의 경우 본사의 해외 현지법인이 해외지사에 지급보증을 할 수 있는 한도를 1998년 말 보증잔액의 95%로 정해두고 있다. 98년에 100원을 보증섰다면 지금은 95원만 허용한다는 뜻이다. 재정경제부는 이마저 올 7월부터는 90%로 낮출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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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금융 보증한도는 외환위기 전 대우그룹 등 주요 대기업 현지법인이 해외에서 무분별하게 자금을 끌어들였고 이것이 결국 외환위기로 이어진 한 원인이 됐다는 반성에서 생겨났다. 이 제도가 생긴 취지에 대해서는 무역업계도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이 제도가 변화의 흐름에 맞춰가기는커녕 거꾸로 가고 있다는 점. 수출규모는 98년 1323억달러에서 지난해 1507억달러로 13.9%나 늘었지만 보증한도 규모는 98년 수준에 묶여 있고 앞으로 더 낮아진다는 것.

무역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지 금융보증한도를 계속 묶고 있는 것은 몸이 훌쩍 자랐는데 도 옷은 옛날 치수대로 입고 있으라는 말과 같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요 선진국들의 불황으로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 수출 품목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현지 법인들은 품질과 서비스 외에 금융 등 각종 간접지원이 절실하다. 이 때문에 경제부처 가운데도 산업자원부는 현지금융 보증한도를 손질하는 것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이지만 부처간 협의에서 ‘금융논리’에 밀리고 있다.

무역협회 분석에 따르면 현지금융 보증한도를 98년 대비 13.9%(2001년 수출증가율) 늘린다면 이것만으로도 올해 21억5000만달러의 수출증가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무역협회 염동철 무역진흥실장은 “과거와 달리 보증한도를 늘린다고 해외법인이 무턱대고 자금을 끌어대지도 않고 현지 금융기관이 무조건 돈을 빌려주는 것도 아니다”며 “정부가 현실에 맞지도 않는 제도로 수출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