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기업의 무대는 세계가 됐고 경쟁시간은 실시간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이라도 세계시장을 상대로 한다면 국제 정보에 아주 밝아야 합니다.”
봉제수출 중소기업인 남양인터내셔날의 홍진수(洪鎭秀·50) 사장은 베트남 비엔호아에 직원 1000여명이 일할 현지공장을 6월에 준공, 미국에 대한 수출전진기지로 삼을 계획이라고 26일 밝혔다.
남양인터내셔날은 이미 과테말라와 사이판에서 현지공장을 운영하고 여기에서 생산된 여성 의류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모두 미국 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미국의 백화점 의류전문점 등에서 ‘The Limited’ ‘Express’ 등의 브랜드로 판매된다.
지난해 이 회사는 국내 하청공장에서 만들어진 물량을 포함해 모두 750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홍 사장은 “앞으로 베트남공장에서 수출될 물량만 2000만달러어치에 달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베트남에 공장을 설립한 것은 미국과 베트남의 경제 정치관계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 사이판, 과테말라 공장도 현지 경쟁력을 고려해 설립됐다. 미국령인 사이판은 섬유쿼터에 걸리지 않고, 과테말라는 미국의 인접국가로 점차 관세혜택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홍 사장은 “선진국의 대외 경제정책에 따라 지역 경쟁력 자체가 바뀌고 수출 기업은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도태할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늘 세계지도를 보면서 정보수집에 신경을 쓴다”고 강조했다.
홍 사장이 삼성물산에서 나와 무역업체를 설립한 것은 85년. 그는 “자본도 없고 경험도 없어 고생이 많았지만 해외 바이어들에게도 신용과 진실은 통하더라”며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비행기로 보내는 바람에 1억원이면 될 운송비가 10억원이 든 적도 적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한발 더 나가 자신의 고객인 해외바이어를 왕(王)으로까지 비유했다. 그는 “대통령은 법에 따라 움직이지만 왕에게는 법도 이유도 없다”며 “때로는 말도 안 되는 불합리한 요구를 해와 뺨이라도 때려주고 싶지만 웬만하면 다 맞춰주고 있다”며 웃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