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참 별난 사람도 많다.
다리미와 다림판을 등에 지고 낑낑거리며 프랑스 샤모니의 우뚝 솟은 바위산을 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다른 사람은 다리미를 손에 든 채 20m 바닷속으로 들어간다. 그뿐인가. 스키 스노보드 혹은 자전거나 카누를 탈 때도 이들은 다리미를 꼭 가지고 다닌다.왜 그럴까.그것은 이들이 바위산 위에서건 바닷속에서건 다림질을 하려 하기 때문이다.
일명 익스트림 아이어닝(extreme ironing). ‘극한 다림질’이라고 번역될 수 있는 이같은 엽기적 행동이 어엿한 레포츠로 자리잡고 있다.
익스트림 아이어닝의 목적은 집안 따분한 일 중 하나인 다림질을 야외로 가져나가 자연 속에서 건강도 지키고 성취감도 얻자는 것.
영국 독일 등 주로 유럽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익스트림 아이어닝은 올 9월 21일 독일 뮌헨에서 세계선수권대회가 처음으로 열릴 예정.
익스트림 아이어닝의 탄생배경 역시 따분함 때문이었다. 97년 여름 영국 라이체스터에서 니트웨어공장에 다니던 필립 쇼는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황당했다. 산더미처럼 싸인 옷들을 다림질해야만 했기 때문. 쇼는 이때 다림질을 밖에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동료 폴을 꼬드겨 자기가 즐겨하던 암벽등반에 나섰다.
산 정상위에서의 다림질이 놀랄만큼 상쾌함을 준다는 것을 발견한 쇼는 이때부터 동호인 모집에 나섰다.
자신도 이같은 행위가 엉뚱하다는 것을 느껴 자신은 스팀(증기), 폴은 스프레이(분무기)라는 가명을 가지고 99년 미국 뉴질랜드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도는 세계투어에 나서며 이 신종 레포츠를 전파했다.
극한지역에서 다리미 전원은 어떻게 공급받을까? 처음엔 한없이 긴 전선줄을 이용했지만 최근엔 소형 자가발전기를 이용하거나 충전지 다리미를 사용한다.지열을 이용한 다리미도 개발됐다.
그럼 물 속에선? 역시 특수다리미를 사용하지만 아직 다림질이 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독일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물속 다림질’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