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 처음으로 열린 동계올림픽으로 관심을 모은 제19회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은 빗나간 애국주의와 판정 시비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파문과 화제를 몰고 왔다. 이번 대회를 ‘솔트레이크(SALTLAKE)’의 이니셜로 정리해 본다.》
스캔들(Scandal)〓유치과정에서 6명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이 조직위원회로부터 뇌물을 받는 등 비정상적으로 태동된 이번 올림픽은 대회기간 내내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피겨스케이팅 페어에서 판정시비가 일어나 2명의 금메달리스트가 나오더니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에선 한국의김동성이 오심으로 금메달을 도둑맞는 사건이 일어났다. 또 폐회식 날 두 명의 크로스컨트리 금메달리스트가 금지약물 복용으로 메달을 박탈당했다.
쇼트트랙 남자 1500m 경기 도중 한국의 김동성을 추월하려다 ‘할리우드 액션’을 취하는 미국의 안톤 오노(오른쪽). 올림픽 정신에 비추어볼 때 그는 결국 패배자였다.
선수(Athlete)〓스키점프에서 단 한번도 국제대회 우승 경험이 없는 암만 시몬(스위스)은 ‘K-120’과 ‘K-90’ 두 종목을 석권했하며 파란을 일으켰고 피겨 여자싱글에선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사라 휴즈(미국)가 ‘여왕’에 등극. 올레 에이나르 뵈른달렌(노르웨이)은 바이애슬론에서 4관왕에 올라 최다관왕의 영광을 안았고 ‘스키여왕’ 야니카 코스텔리치(크로아티아)는 알파인스키 최초로 전종목 메달(금3, 은1)을 따냈다.
패배자(Loser)〓사마란치의 뒤를 이은 IOC 위원장으로 치른 첫 번째 올림픽이 ‘진흙탕’이 되는 바람에 이미지를 구긴 자크 로게. ‘할리우드 액션’으로 심판의 눈을 현혹해 금메달을 따낸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 배타주의적 애국심 강조에만 혈안이 돼 세계인의 잔치인 올림픽을 망친 미국올림픽조직위원회(USOC)와 미국 언론.
기술(Technic)〓98나가노대회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은, 동메달 1개씩에 그친 미국팀이 이번 대회에서 승부수를 건 것은 장비. 미 항공우주국(NASA)에 자문한 특수 스케이트 날과 나이키에서 제작한 인체공학 특수 스케이트복을 입고 나온 미국 스피드스케이팅 팀은 금 4, 은 2, 동메달 4개로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동계올림픽 사상 호주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행운아 스티븐 브래드버리를 기념하는 호주의 우표.
행운(Luck)〓최고의 ‘행운아’로 떠오른 스티븐 브래드버리(29·호주).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앞선 4명의 선수가 모조리 넘어지는 바람에 꼴찌에서 유유히 피니시 라인을 맨 먼저 통과했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첫 번째로 따낸 금메달을 축하하기 위해 호주에선 기념우표까지 만들었으니 세상에….
고도(Altitude)〓해발 1350m의 고지인 솔트레이크에서 펼쳐진 이번 대회는 특히 선수들의 경기력에 많은 영향을 줬다. 특히 롱트랙 스피드스케이팅이 펼쳐진 올림픽 오벌경기장에선 10개 세부종목 중 무려 8개 종목에서 세계신기록이 나왔다.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도중 넘어지는 미셸 콴. 세계선수권대회 4회 우승을 차지하며 최고의 은반 요정으로 불리지만 올림픽에서만은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콴(Kwan)〓세계선수권 4회 우승, 전미선수권 6회 우승으로 세계 최고의 피겨스케이팅 요정으로 꼽히는 미셸 콴(22·미국). 하지만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정해준다’는 말처럼 그는 이번에도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98년 나가노대회에선 타라 리핀스키, 이번엔 사라 휴즈에게 밀렸다. 두 번 다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로 앞서다 프리스케이팅에서 미국 동료선수들에게 패하고 말았다.
엘리트(Elite)〓‘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는’ 올림픽은 이제 갔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도 최고 수준의 선수들만이 참가하는 올림픽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비대화된 올림픽은 앞으로 대회 규모와 기간, 참가선수가 줄어들 것이며 ‘자랑스러운 꼴찌’는 더 이상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솔트레이크시티〓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