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발전 가스 등 3대 공공노조 가운데 25일 협상타결로 파업을 철회한 가스공사 노조와 정부간의 합의문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노조가 제기해 온 가격상승 수급불안 등의 문제점’을 감안해 ‘민영화의 시기와 시행방법에 대해 노사정간의 논의로 해결한다’는 것이 그렇다.
이 논리대로라면 정부는 그동안 노조가 제기한 그런 문제들에 대해 깊이 있는 검토도 하지 않고 민영화를 추진했다는 말이 된다. 민영화 시기와 시행방법을 노조측과 논의해서 결정한다는 것도 민영화 후퇴를 전제로 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물론 정부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산업자원부가 “천천히 가는 것이 빠른 길”이라고 한 말은 민영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의심케 한다.
이 같은 정부의 애매한 태도는 민영화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나머지 두 노조와의 협상에 악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민영화는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오랜 기간 논란을 거쳐서 방침이 확정됐다면 정부는 흔들림 없이 민영화를 실천해야 한다. 파업으로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노정간 협상에서 민영화가 후퇴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특히 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국가신용등급 조정을 위해 방한하고 있는 터에 정부가 노조를 어떻게 다루느냐 하는 것은 결정적인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도 파업과 민영화에 대해 정부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정치권의 눈치보기도 문제가 있다. 여야가 민영화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 법안심의조차 하지 않는 국회의 행태는 국가 이익보다 근로자들 표만 생각하는 기회주의적 정치의 극치다. 교묘한 말로 외줄타기나 하려는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유권자들이 깊이 기억해 두었다가 추후 표로 심판해야 한다.
민영화 대상인 공공부문은 국민의 세금으로 형성된 사회적 자산이다. 이 자산이 노조원들의 사사로운 이익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