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방위사령부 초병이 25일 새벽 K2 소총 2정을 탈취당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수방사는 서울 및 수도권 방위를 책임진 최정예 부대이며 정변(政變)을 막는 대통령의 친위대이기도 하다. 이런 엘리트 부대의 경계망이 괴한 두 명에게 간단하게 뚫렸다면 나머지 다른 부대의 경계망은 과연 어느 정도일지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군 당국은 범인들이 3m 높이의 담을 넘어 들어와 초병 2명을 제압한 뒤 다시 담을 넘어 도주했다는 점 등을 들어 특수훈련을 받은 전문가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서도 범행 수법으로 볼 때 대공(對共) 용의점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 당국이 범인을 검거하기도 전에 대공 용의점이 없다고 예단하는 것은 옳지 않은 태도다. 만에 하나라도 이들이 남파 공작원으로 밝혀진다면 그때는 어떻게 변명할 것인가.
사건 발생시 군의 초동 대응에도 큰 문제가 있다. 작년 7월 경북 영천에서 발생한 총기탈취 사건 때에도 신속한 경보체제가 작동하지 않아 문제가 됐는데, 이번에도 개선되지 않은 채 허점을 드러냈다. 인구가 조밀한 수도권의 특성을 감안해 경찰과의 협조체제 강화 등 보다 신속한 경보발령 체계가 시급히 보완돼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일이 군 전체의 해이해진 기강을 말해주는 징표는 아닌지 걱정스럽다. 지금 나라 밖에는 테러전쟁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고, 안으로는 정권 말 권력누수 및 사회기강 이완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더욱이 월드컵 행사를 앞두고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할 이 시점에 군까지 이렇게 해이해진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군은 이번 일을 계기로 지휘관 및 장병의 기강을 새롭게 다지는 한편 초병에 대한 공포탄 지급 등 미비한 제도 및 관행을 재점검해야 한다. 이번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책임자를 문책하는 한편 범인 검거 및 총기 회수에 최선을 다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