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위가 국회의원의 자유투표(크로스보팅)를 국회법에 명문화하기로 한 것은 일단 바람직한 일이다. 소속 정당의 당론과 상관없이 신념과 소신에 따라 투표할 수 있다면 그만큼 폐쇄적인 우리의 정치구조를 개선해 정치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법이 아니라 시행의지다. 이념정당이 아닌 전근대적인 보스정당인 우리 정치 현실에서 아무리 법이 만들어져도 지키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그만인 것이다. 더욱이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투표한다’는 명문이어서 선언적 성격이 강하다.
국회의원은 국민대표이면서 동시에 정당대표다. 이 중 우선하는 것은 당연히 국민대표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사에서 의원들은 정당대표로서의 역할에 더 비중을 둬왔다. 이 때문에 당론이 정해지면 자신의 신념과 큰 괴리가 있다 해도 무조건 따라야 했다.
이는 당연히 정쟁(政爭)의 가장 큰 원인이 됐다. 무조건 당론에 충실하려다보니 여야의 대결이 심화될 수밖에 없고 국회는 파행으로 일관했다. 지금 소집된 임시국회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가 자유투표를 명문화하기로 한 만큼 이것이 의원들의 양심적인 의사표시를 당론이 막아버리는 왜곡된 정치관행을 극복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물론 자유투표는 의원들의 당에 대한 결속력을 약화시켜 정당의 리더십을 흔들리게 할 수 있다. 정당 안에서 개인주의가 성행하고 파당 붕당이 형성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런 것들을 최소화하면서도 자유투표제가 실효를 거두려면 무엇보다 정당의 이해가 걸린 정치적 사안과 국가적 과제인 정책적 사안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정책적 사안에 대해서는 의원들이 언제든지 소신껏 투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위상을 되찾고 정치가 제몫을 하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