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휴, 나이는 뭐…. 항상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뿐 입니다.”
연극인 이호재(62), 박정자씨(61)는 각각 ‘무대 40주년’과 ‘환갑’ 기념공연을 갖는 소감을 묻자 “기념공연이니 환갑이니 하는 말을 빼달라”고 주문했다. ‘인생의 황혼기’라기보다‘또 다른 출발점에 선 배우’로 봐달라는것.
이씨는 1963년 서울 연극 아카데미(현 서울예전) 재학 당시 존 스타인벡 원작의 ‘생쥐와 인간’으로 데뷔 후 40주년을 맞아 6월7일부터 23일까지 서울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열리는 ‘졸업’(가제·이만희 원작·윤우영 연출)의 주인공을 맡는다.
‘졸업’은 ‘불 좀 꺼주세요’ ‘돼지와 오토바이’의 작가인 이만희씨가 이씨를 위해 새로 쓴 작품. 남편(이호재)이 미리 장례식을 준비하면서 부인(윤소정)의 장례식을 회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말 ‘바리공주’ 공연 이후 잠시 휴식을 갖고 있는 그는 “휘문고 후배인 이만희 작가로부터 ‘특별한 선물’을 받아 기쁘다”며 “4월부터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1962년 이화여대 재학 당시 극단 ‘자유’ 동인으로 활동을 시작한 박씨는 9월 중순경 ‘아이야 청산가자’(강석현 작·이윤택 연출)로 환갑 기념공연을 갖는다(장소는 미정). 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입상작인 이 작품은 호랑이가 어머니를 잡아먹은 뒤 아이마저 잡아먹으려 한다는 설화를 소재로 한 작품. 박씨가 호랑이와 어머니 역을 동시에 맡고 ‘시골선비 조남용’으로 올해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수상한 조영진 등이 출연한다.
박씨와 이윤택 연출가는 이번이 첫 만남. 박씨는 “손숙의 ‘어머니’, 강부자의 ‘오구’, 윤석화의 ‘가시밭의 한송이’를 연출했던 이윤택 선생과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직접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윤택씨는 “‘아이야…’는 한국적인 서정시 같은 작품”이라며 “박정자씨가 이율배반적인 모성을 특유의 카리스마로 표현해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