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컨페더레이션스컵 이후 8개월만에 축구 국가대표팀에 선발된 ‘꾀돌이’ 윤정환(29·일본 세레소 오사카). 대표팀 명단 발표 후 나흘 늦게 추가로 대표팀에 선발된 ‘테리우스’ 안정환(26·이탈리아 페루자).
우여곡절을 겪으며 ‘히딩크 사단’에 합류한 이들 ‘두 정환’에게 다음달의 대표팀 유럽 전지훈련(3월5일-27일)은 단지 훈련과 평가전만을 위한 무대가 아니다. 유럽 전지훈련을 통해 이들의 ‘월드컵 생존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사실 거스 히딩크 대표팀 감독은 이들의 대표 선발을 선뜻 결정하지 못했다. “여론에 밀려 선발했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 그 만큼 둘은 아직 히딩크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해내기 어렵고 체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히딩크 감독이 공공연히 밝혀온 이들의 공통적인 문제점. 윤정환의 경우는 공격형 미드필더, 안정환은 왼쪽 스트라이커 자리 외에는 세우기가 어렵다는 것이 히딩크 감독의 의견이다. 따라서 이번 전지훈련에서 이들은 적극적인 플레이로 우선 감독의 신임을 얻는 것이 급하다.
이들이 대표팀에 ‘정착’한다면 한국 축구의 ‘색깔’을 바꿀 수 있을 듯하다. 최근까지 대표팀의 플레이메이커 후보로 기량을 점검받은 선수들은 이천수(21·고려대) 최태욱(21·안양 LG) 송종국(23·부산 아이콘스) 등. 이들은 ‘젊은 체력’을 앞세워 미드필드를 폭넓게 뛰어다니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한결같이 전진 패스보다는 스피드를 이용해 상대 진영을 스스로 돌파하는 스타일이어서 공격이 단조롭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국팀의 취약점으로 플레이메이커가 거론된 것도 이 때문. 그러나 윤정환의 플레이는 이들과 확연히 구별된다. 다소 느린 듯 하지만 상대 의표를 찌르는 패스의 위력만큼은 국내 최고라는 평.
안정환 역시 골드컵에서 뛰었던 스트라이커들과 플레이스타일이 다르다. 황선홍(34·가시와 레이솔) 이동국(23·포항 스틸러스) 등이 공간을 만들어 패스를 건네받거나 상대 수비를 등지고 들어가는 플레이에 능한데 반해 안정환은 수비를 끌고다니는 스타일. 간혹 드리블이 길다는 지적도 있지만 수비를 한 곳으로 집중시켜 ‘다른 곳’에서 골 찬스를 만들어낸다. 지난해 11월 크로아티아전에서 최태욱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진가를 발휘했다.
과연 한국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평가받는 이들이 히딩크 감독의 테스트를 통과해 한국 축구에 ‘새 옷’을 입힐 수 있을까. 유럽 전지훈련이 관심을 불러모으는 이유 중 하나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