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회의
두산중공업의 전신인 한국중공업의 1998년 말 임원은 63명, 과장 이상 간부는 1693명이었다. 그 때보다 매출액이 25%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2002년 현재 임원은 38명, 과장 이상 간부는 1321명이다.
민영화 이후 1년간 전체 직원의 약 15% 이상이 명예퇴직했지만 두산중공업의 조직 운영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공기업의 조직이 얼마나 방만하게 운영되는지를 보여주는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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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점과 경쟁의 차이〓원유 발굴이 많아져 세계 가스 및 원유시장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주도하는 공급자 중심 시장에서 구매자가 좌우하는 시장으로 옮아간 지 오래다. 그러나 한국가스공사는 좀더 저렴한 가격에 품질 좋은 가스를 들여오려는 노력에 전력을 기울이지 않고 대부분 예전 그대로의 수입선을 유지하고 있다. 민간기업처럼 치열한 경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원가절감 노력을 별로 하지 않는 것이다.
작년 4월 한국전력에서 분할된 6개 발전회사들은 발전비용의 60%를 차지하는 연료비를 기가칼로리당 7800여원에서 7300원 수준으로 줄였다. 또 자재재고를 20% 이상 줄이고 비싼 석탄 대신 싼 석탄으로 전기를 생산했으며, 연료수송 기간도 단축하는 등 각 분야의 능률을 높였다. 그 결과 6개사 가운데 한 회사는 영업활동 이익이 2000여억원에서 4000여억원으로 늘었다.
▽낙하산 인사부터 문제〓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모두 종업원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정치권과 정부가 비전문가를 공기업 경영진에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는 것부터가 문제다.
기획예산처가 관리하는 20개 경영혁신대상 공기업의 사장과 감사 40명의 주요 경력을 보면 정치권 출신 인사가 16명이다. 또 검찰 경찰 국가안전기획부 등 권력기관 출신이 7명이다. 해당 기업 출신은 단 4명에 불과했다. 더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역 편중현상도 나타난다.
이처럼 정치권과의 끈이나 지연, 학연으로 공기업 인사가 얼룩지다 보니 경영의 전문성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현 정부의 한 고위관리조차 “재무제표도 못 읽는 공기업 감사가 있다”고 한탄했을 정도.
공기업에서 오래 근무한 두산중공업의 한 임원은 “공기업은 정치바람에 따라 경영진 인사가 오락가락하다보니 전문성은 고사하고 일관된 경영조차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기업 경영의 현주소〓경영혁신대상 20개 공기업 가운데 2000년말 기준으로 석탄공사 주택공사 한국감정원 대한주택보증보험 등 4개사가 적자를 냈고 나머지 16개사는 흑자를 기록했다.
이런 실적은 겉보기에는 그럴듯 하지만 한 꺼풀만 벗기면 많은 부실이 드러난다. 더구나 독과점 혜택과 정부 지원을 받는 공기업 경영은 내실(內實)과는 거리가 멀다.
작년 9월 재정경제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24개 주요 공기업의 부채는 2000년 101조4241억원으로, 처음 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농수산물유통공사 등 6개는 부채비율이 200%를 넘었고 대한석탄공사 등 3개는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파업을 벌이고 있는 철도청의 경우 2000년 적자가 6478억원이었으며, 현 체제를 바꾸지 않으면 경영적자가 계속 누적돼 2020년에는 누적부채가 2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추산한다.
97년 감사원이 153개 공기업의 경영구조실태를 감사한 결과 1993∼1997년 5년간 자본생산성은 35% 떨어지고 노동생산성은 45% 증가에 그쳤으나 1인당 인건비는 69%나 올랐다. 이 기간에 민간기업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공기업보다 17.7%포인트 높았으나 인건비 증가율은 24.4%포인트 낮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민영화를 통해 책임경영체제를 갖추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천광암기자 iam@donga.com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철도청 민영화하는 게 나은 이유는현행민영화정부재정부담=50조원
·누적부채(2001∼2020년)=28조원
·재정지원=22조원
(일반회계 지원금11조5000억원+
차량구입지원금 10조5000억원) 정부재정부담=1조원
·재정수입=21조9000억원
(주식매각 대금 12조6000억원+
조세 수입 9조3000억원)
·재정지출=22조9000억원
(철도청 부채상환 2조원+
공익서비스지원 5조8000억원+
유지보수비 등 지원15조1000억원)자료:건설교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