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노조의 2·25 연대파업의 향배는 올 한해 노정(勞政)관계의 기본틀을 좌우하는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와 정부는 서로 ‘밀리면 끝장’이라며 강경 대치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향후 노정관계의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노동전문가들은 노동계가 올해 월드컵과 지방선거 부산아시아경기 대통령선거 등 연이은 대규모 행사를 앞두고 정부와 경영계에 대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이번에 연대파업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포함한 공공노조 공동투쟁본부가 당초 ‘민영화 관련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에 상정되면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했다가 2월 임시국회에서 해당 법안의 상임위 상정이 사실상 무산되자 ‘민영화를 철회하지 않으면 총파업을 강행한다’며 계속 강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서도 드러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26일 전국 규모의 파업을 주도하겠다며 그 명분을 애초에는 ‘근로조건이 악화되지 않은 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정했으나 전날 ‘정부가 철도와 발전노조 파업의 수습대책을 내놓아 교섭을 타결 짓지 않을 경우’로 갑자기 변경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노총이 그동안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거부하고 별도의 협의기구 구성을 요구하면서 ‘노정 대화’를 추진해온 것을 감안할 때 이번 2·25 연대파업은 노정 교섭의 창구를 마련하려는 의도도 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노총도 민주노총과의 경쟁을 의식해 정부가 노동탄압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서 여당 후보의 낙선운동을 적극 전개하고 기존의 협상 위주에서 벗어나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전개하겠다며 강경 자세를 드러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연대파업에서 노동계에 밀릴 경우 △주5일 근무제 도입 △비정규직 대책 △공무원노조 허용 등 현안에서 수세에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들 현안을 다루려면 경영계의 협조도 필요하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계와 정부가 각자의 한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협상 여지가 적을 수밖에 없다”며 “이에 따라 이번 연대파업의 여파로 주5일 근무제 도입 등 노동계의 협조가 필요한 현안은 장기 공전될 위험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