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조와 한국발전산업노조의 파업으로 26일 시민들은 이틀째 극심한 교통대란에 시달렸다. 또 노조원들의 농성 장소로 이용되고 있는 서울대 건국대 등은 졸업식 등 학교 주요 행사에 지장을 받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를 보였다.
▽여전한 교통대란〓수도권 국철 구간은 이날 많은 시민이 출근시간을 앞당기거나 버스 승용차 등 대체 교통수단을 이용하면서 파업 첫날보다는 상황이 다소 나았으나 불편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철도청에 따르면 전날 52.2%였던 수도권 국철 운행률은 이날 오후 68.2%로 호전돼 경인선(인천∼구로)의 경우 배차 간격이 8∼10분으로 전날의 15∼20분보다 짧아졌고 이용승객은 전날보다 약 20% 감소했다.
의정부에 사는 회사원 서진철(徐鎭喆·40)씨는 “평소 오전 7시에 집을 나서는데 오늘은 6시에 나왔다”며 “파업이 진행 중인 국철을 포기하고 시외버스로 서울지하철 4호선 돈암역까지 온 뒤 다른 지하철 노선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경인고속도로 부평인터체인지 인근과 동부간선도로, 서울외곽순환도로 등은 이날 아침 일찍부터 출근 차량들이 몰리면서 주차장으로 변할 정도로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지방의 경우 경부선 호남선 장항선 중앙선 등이 평소의 35.8%에 불과한 운행률을 보이는 바람에 철도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어수선한 농성장〓이날 졸업식이 있었던 서울대는 농성 중인 발전노조원 3500여명에 이어 이날 오전 10시 사회보험노조원 2500여명까지 집회를 위해 캠퍼스로 들어오면서 온종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정문과 후문에서 150명씩 경찰과 대치하던 사수대는 이날 오전 졸업식을 위해 잠시 철수했으나 일부 노조원들이 쇠파이프를 든 채 교내를 돌아다녀 졸업생과 가족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이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열린 건국대도 캠퍼스 내에서 농성 중인 철도노조원 2000여명으로 인해 큰 불편을 겪었다.
오리엔테이션이 열린 새천년관 건물이 철도노조 집회장소인 대운동장과 가까이 있어 건물 내 화장실 등에서 노조원과 신입생들이 뒤섞였으며 이 과정에서 건물 출입을 자제해달라는 학교 측과 노조 측간에 말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후 4시15분경 산림청 소속 헬기가 한전사장과 철도청장 명의의 ‘현업 복귀 호소문’ 수천장을 서울대와 건국대에서 농성 중인 노조원들에게 살포했다.
이날 오후 2시경 철도노조 집행부가 “지쳐가는 동료들을 격려하기 위해 그 가족들도 건국대로 모여달라”고 산하 조직에 지시함에 따라 건국대 캠퍼스에는 오후 4시경부터 노조원 가족들이 조금씩 몰려들었다.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 머물고 있는 철도와 발전노조 집행부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노사정위원회 사무실과 명동성당 인근 로얄호텔에서 각각 벌어진 사측과의 협상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잇단 사건사고〓이날 오전 8시25분경 서울 구로구 국철 신도림역 의정부 방향 1번 플랫폼에서 청량리행 전동차 문이 열리면서 승객들이 일시에 몰려나오는 바람에 출입문 앞에 서 있던 이모씨(68)가 인파에 밀려 넘어져 얼굴을 다쳤다.
또 25일 오후 6시반경에는 신도림역에 정차한 인천행 전동차에서 승객들이 한꺼번에 나오면서 김모군(6)이 정차된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에 다리가 끼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같은 날 오후 9시경 서울 구로구 국철 개봉역 구내에선 술에 취한 김모씨(47)가 전동차가 제시간에 오지 않자 “왜 파업을 해 서민을 괴롭히느냐”며 역 구내 철로에 뛰어내려 40여분간 난동을 부리다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