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왕세자는 왜 중동평화구상을 제안하게 된 것일까.
이스라엘 아리엘 샤론 총리는 처음 이 제안이 나왔을 때 “9·11테러 이후 악화된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의도”라는 의구심을 품었다고 뉴욕타임스는 25일 전했다. 9·11테러를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오사마 빈 라덴 외에도 직접 항공기 납치에 가담한 사우디인이 15명이나 돼 중동 테러범의 ‘수출국’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되자 이미지 개선을 위해 새 제안을 내놓았다는 시각.
그러나 사우디가 지금까지 이스라엘을 대화의 상대로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스라엘과 아랍연맹 22개 회원국과의 전면적인 관계 개선을 포함한 이번 제안은 근본적인 방향전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제사회가 호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해결 없이는 중동 평화가 없고 사우디의 정치 경제적 안정도 기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석유수입 감소와 인구의 급증으로 정치적 경제적 안정이 흔들리고 있다. 81년 1만9000달러에 이르렀던 국민 1인당 석유 수입은 지금은 7300달러로 떨어졌다. 그동안 인구는 700만명에서 2200만명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출생률 3.27%는 세계 최고 수준. 매년 인구가 불어나고 있지만 석유채굴에만 의존해온 경제정책은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해 수백만명의 실업자가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특히 인구의 42%나 점하는 14세 이하 아동들이 성년기에 이르면 구직난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우디의 경제적 불안은 반정부 및 반미 시위로 이어져 이슬람 과격파의 입지를 강화시키고 있다. 9·11테러에 가담한 15명의 납치범 대부분이 사우디의 빈민지역인 아시르 출신이었다. 지난해 12월에는 해안도시 지다에서 반미 반정부 시위가 벌어져 300여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처럼 급박한 국내사정에도 불구하고 사우디 정부는 적국인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대비, 지난해에도 국내총생산(GDP)의 13%나 되는 183억달러를 국방비로 쏟아부어야만 했다.
이 때문에 압둘라 왕세자로서는 △반정부 반미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이슬람 과격세력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큰 비용 없이 안보를 튼튼히 하며 △외자 유치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과의 직접 교섭으로 중동평화를 이루는 길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사우디와 이스라엘 비교 사우디이스라엘면적196만㎢2만㎢인구2275만명593만명인구증가율(2001년 기준)3.27%1.58%1인당 국내총생산(2000년,구매력 기준)10,500달러18,900달러국내총생산2,320억달러1,102억달러군사비 (2000년 기준)183억달러87억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