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의 나이에 만난 한국 여인과의 사랑, 그리고 결혼은 한국에서 벌써 만 8년의 세월을 살게 했다. 이곳에서의 삶이 길어지고 자녀를 낳고 기르게 되면서 귀화를 결정했고, 지난해 6월 한국인이 되었다.
귀화의 동기는 매년 출입국에서 비자를 연장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비자 신청 때마다 겪는 약소 국민으로서의 마음의 상처를 더 이상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컸고, 아이들의 환경을 위해서도 이곳이 우리의 영원한 안식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사계절이 가장 큰 매력이었던 것 같다.
▼재산보유액 지나치게 높아▼
배우자가 한국인인 경우 2년 이상의 체류사실 증명과 3000만원 이상의 재산보유 사실이 증명되면 신청자격이 충족되어 서류를 제출하면 귀화 시험을 볼 수 있다. 시험보고 귀화 허가서를 받기까지 거의 1년의 기간이 걸렸다. 시험 전 주거지 관할 경찰서의 인터뷰 심사를 받고 나자 법무부에서 시험 장소, 일정, 준비물을 알려주는 통지서를 보내왔다. 지난해 1월 시험을 쳤다. 그러나 처음에 불합격의 쓴잔을 마셨다가 지난해 3월 다시 시험을 봐 합격할 수 있었다. 드디어 한국인으로서 국가에 대한 의무와 책임, 그리고 그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때를 돌아보면 아쉬웠던 부분이 적지 않다. 우선 귀화시험에 관한 정보가 너무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시험문제가 국어, 국사, 사회, 지리, 상식이라는 것과 초등학교 4∼5학년 수준이라는 것 외에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었다. 광범위한 과목을 놓고 아내와 함께 책방에서 책을 고른 후 우리는 얼마나 난감했는지 모른다. 다음은 시험시간이었다. 1월 시험 때는 20문제를 1분에 하나씩 풀어야 해서, 그 짧은 시간에 지문을 읽기가 얼마나 벅찼는지 모른다. 몇 문제는 아예 읽어보지도 못했다. 한국어를 잘하는 것과 한국어 문장을 잘 읽는 것은 다른 것이다. 한자어가 많은 한국어는 외국인에게 어렵기 그지없다. 다음 귀화 시험을 보는 사람들을 위해 한국 정부는 다음과 같은 점을 배려해주었으면 좋겠다.
첫째, 귀화조건에서 배우자가 한국인인 경우 재산보유의 문제다. 국제 결혼 가정들 중 상당수가 이주 노동자 신분 상태에서 결혼한 경우다. 체류기간은 귀화 요건을 갖췄지만 소득수준은 낮아 재산보유 조건은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귀화시험을 치르기 위해 오랜 기간 기다리며 돈을 벌어야 한다. 그들에게 기회의 폭을 넓혀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둘째, 시험을 보기까지 각자 알아서 공부하며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 그 기간에 귀화시험 응시자들이 모여 시험 출제경향이나 한국 역사와 사회 문화에 관련된 자료를 제공받으면 좋을 것이다. 또 함께 어울려 산업체나 지역을 탐방하는 기회도 주어졌으면 한다.
셋째, 귀화 후 한국인이 되기 위한 절차를 서면으로 나누어주는데, 한 번 정도는 방법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해 배우자와 함께 참석할 수 있다면 그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동안 당황해하지 않을 것 같다.
넷째, 호적등본과 주민등록증을 만드는 과정에서 관계 부처들의 이해 부족이 귀화인을 당혹스럽게 한다. 귀화에 관한 법무부의 지침이 관계 부처에 명확히 전달되어 귀화인들의 민원서류가 무리 없이 처리됐으면 한다. 한 가지 예를 들면, 귀화 허가서 원본은 본인이 반드시 갖고 사본만 관계 부처에 제출하라고 되어 있는데도 원본을 달라는 공무원이 있기 때문이다.
▼관계부처 이해부족해 당혹▼
한국이 세계화해 가는 가운데 여러 경로를 통해 외국인의 국내 거주가 늘면서 많은 나라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한국인이 되고자 한다. 그 방법은 귀화시험을 치는 것이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한국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지만, 시험 전에 체계적인 정보를 접할 기회가 주어지고 시험공부와 관련된 모임이 있으면 더욱 한국을 잘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한국 사회가 귀화하고자 하는 외국인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 놓기를 원한다. 이제 한국은 많은 외국인들에게 살고 싶은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자비드 후세인은 누구?▽
1964년 10월 파키스탄에서 태어나 펀자브대에서 영문학과 수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무역업에 종사하다가 94년 한국에 들어와 살면서 한국의 의류나 식품 등을 동남아에 수출하는 일을 해왔다. 지금은 무역업체인 ㈜비스밀라 인터프라이즈의 대표이사로 있다.
자비드 후세인 (주)비스말라 인터프라이즈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