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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발전 총파업]"1시간 일찍 나왔는데…"교통대란 여전

입력 | 2002-02-26 18:29:00


전국철도노조와 한국발전산업노조의 파업으로 26일 시민들은 이틀째 극심한 교통대란에 시달렸다. 또 노조원들의 농성 장소로 이용되고 있는 서울대와 건국대는 졸업식 등 학교 주요 행사에 지장을 받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를 보였다.

▽여전한 교통대란〓수도권 국철 구간은 이날 많은 시민이 출퇴근 시간을 앞당기거나 버스 승용차 등 대체 교통수단을 이용하면서 파업 첫날보다는 상황이 다소 나았으나 불편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철도청에 따르면 전날 52.2%였던 수도권 국철 운행률은 이날 68.2%로 호전돼 경인선(인천∼구로)의 경우 배차 간격이 8∼10분으로 전날의 15∼20분보다 짧아졌고 이용 승객은 전날보다 약 20% 감소했다.

의정부에 사는 회사원 서진철(徐鎭喆·40)씨는 “평소 오전 7시 집을 나서는데 오늘은 6시에 출근했다”며 “퇴근길에는 국철을 기다리고 타는 것이 너무 피곤해 같은 방향으로 가는 동료들과 자가용으로 귀가했다”고 말했다.

경인고속도로 부평인터체인지 인근과 동부간선도로, 서울외곽순환도로 등은 이날 아침 일찍부터 출근 차량들이 몰리면서 주차장으로 변할 정도로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일부 수도권 거주 회사원들은 출퇴근 전쟁을 피하기 위해 아예 서울시내 여관이나 24시간 영업 사우나 등에서 숙박하기도 해 이들 업소가 뜻밖의 ‘파업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지방의 경우 경부선 호남선 장항선 중앙선 등이 평소의 35.8%에 불과한 운행률을 보여 철도 이용객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수선한 농성장〓당초 서울대에서 사흘째 농성을 벌일 계획이던 발전노조원 3500여명은 이날 오후 경찰 투입 임박설이 나돌자 오후 8시경부터 10여명 단위로 전원이 농성장을 속속 빠져나갔다.

이들은 배낭 등 개인 소지품을 모두 서울대에 남겨둔 채 빠져나갔으며 상층부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서울 시내 각지의 여관 등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발전노조 지도부가 파업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기 위해 노조원들을 일단 분산시켜 전력을 재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날 오후 서울대에서는 졸업식이 있었으나 오전 10시 사회보험 노조원 2500여명이 농성 중이던 발전노조와 합류하면서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일부 졸업생과 가족들이 서둘러 학교를 빠져나가기도 했다.

한편 건국대에서 농성 중이던 철도 노조원 5000여명은 기아자동차 등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원 1000여명이 오후 7시경 빠져나간 뒤 이 학교 학생회관, 법대, 경상대 등에서 취침에 들어갔다. 이들은 이날 오후 한때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열린 이 대학 새천년관 건물에 무단 출입하다 이를 저지하는 학교측 관계자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한편 오후 4시 15분경에는 서울대와 건국대에 갑자기 산림청 소속 헬기가 날아들어 한전사장과 철도청장 명의의 ‘현업복귀 호소문’ 수천장을 살포해 농성 중이던 노조원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기도 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