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민들에게 “가장 불편한 점이 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교통 문제를 꼽는다.
서울시는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들여 차도를 늘렸지만 교통난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갈수록 심각해지는 교통난 때문에 오토바이로 짐을 나르는 ‘퀵서비스’ 업체가 급증하면서 사고 등 부작용이 속출해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보행 및 녹지공간이 좁아 시민들이 걸어다니는 것에도 불편을 느끼고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26일 서울의 교통환경에 관한 두 가지 보고서를 발표했다.
▽퀵서비스 ‘안전불감증’〓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교통연구부 이우승 박사는 이날 보고서 ‘서울시 택배제도 개선방안’에서 오토바이 택배업을 화물자동차운송사업의 독립업종으로 규정해 제도권으로 흡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말 현재 서울시에 등록된 오토바이 39만7000대 중 2만여대가 퀵서비스 업체에 소속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내 퀵서비스 업체는 99년 4월 282곳에 불과했으나 2001년 4월에는 약 1000곳으로 3.5배나 늘었다.
퀵서비스 업체 증가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오토바이들이 난폭 운행을 일삼아 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 박사팀이 지난해 8월 600명의 오토바이 운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0.7%만 ‘맨 오른쪽 차선으로 주행한다’고 답해 80%가량이 도로교통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보도로 주행하거나 버스전용차로를 침범하는 오토바이 중 80% 이상이 퀵서비스와 무상배달용 오토바이로 조사됐다.
2000년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오토바이 교통사고는 전체의 5.2%인 2693건에 그쳤으나 오토바이 사고 사망자는 107명으로 전체 사망자 수 709명의 15.1%나 차지할 정도로 치사율이 높다.
▽서울의 도로는 차가 ‘왕(王)’〓시정개발연구원 도시교통연구부 이광훈 연구위원은 이날 보고서 ‘환경친화적 도로 구현방안’에서 서울시내 주요 간선도로에서 보행 및 녹지공간이 차지하는 비율이 일본과 독일 등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또 서울의 도로를 환경친화적인 것으로 ‘리모델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이 시흥대로와 올림픽대로 등 시내 22개 주요 간선도로 534개 구간(346㎞)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쾌적공간율(전체 도로폭에서 차도를 제외한 보도, 중앙분리대, 환경시설 등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25.6%였다.
쾌적공간율은 폭 20m 미만 도로의 경우 30.9%였으나 △20∼30m 도로 27.9% △30∼40m 도로 26.1% △40m 이상 도로 24.7% 등으로 도로폭이 넓을수록 오히려 쾌적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40m 이상 도로를 기준으로 한 일본의 50.0%, 프랑스의 40∼43%, 독일의 52.0%(35.5m 도로 기준)에 비해 절반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서울의 도로행정이 차량 통행에 치우쳐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연구위원은 “건설교통부의 ‘도로의 구조 시설기준에 관한 규칙’이 보도폭 기준 등은 최소 폭만을 제시하는 바람에 최소한의 보도만을 확보한 뒤 차도 확장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비효율적으로 버려진 도로공간을 활용해 도로의 쾌적성을 높일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며 “사후처방적인 도로 정비사업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가칭 ‘도로 정비 기획단’을 발족해 환경친화적 도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