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가면 눈이 부시다. 화려한 마감재와 시설이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기에다 도우미의 설명까지 듣고 나면 청약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그러나 화려한 모델하우스에 현혹돼 제대로 살펴야 할 부분을 놓치기도 한다.
▽한가한 시간 골라야〓청약열기가 달아올라 주말 오후 모델하우스를 가면 발디딜 틈이 없다. 이래선 꼼꼼히 살펴보기 어렵다. 모델하우스는 오후보다 오전이 한산하다. 조금 이른 시간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아파트 선택 기준을 미리 생각해두는 것도 필요하다. 방의 수나 내부구조, 시설, 난방방식 등 다양한 기준을 정해야 한다. ‘내가 살고 싶은 집은 이런 집’이라는 생각을 갖고 모델하우스를 찾자.
▽단지 모형과 층·향을 확인하라〓모델하우스 1층 한가운데 단지 모형이 자리잡고 있다. 흔히 유니트(평형별로 실제 아파트 내부와 똑같이 꾸며 놓은 곳)만 살펴보고 단지 모형을 지나치기 쉽다. 단지 모형은 주변 환경과 동(棟) 배치, 방향, 운동시설, 공원 등을 한눈에 보여준다. 지나치게 도로와 가까우면 소음 문제가 있다. 동과 동이 충분히 떨어져 있는지도 살펴본다.
재개발 재건축 아파트는 조합원이 로열층을 차지하고 일반 분양분은 층 향이 좋이 않은 예가 많다. 청약할 평형이 주로 몇 층에 배치돼 있고 그에 따라 전망은 어떤지 등도 단지 모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테리어 느낌도 중요하다〓삼성물산 건설부문 인테리어팀 강현 대리는 “비록 쉬 바뀌지 않지만 아파트 내부장식에도 유행이 있다”고 말했다. 기존 인테리어 경향에 얼마나 새로운 유행을 반영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새 흐름을 반영했다면 주택업체가 좋은 아파트를 지으려고 노력했다고 볼 수 있다.
▽수납공간 많을수록 좋다〓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수납공간이 많아야 한다. 업체들도 앞다퉈 수납공간을 늘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현관 신발장 옆에 스포츠용품 보관함을 마련하기도 한다. 주방 거실 욕실 등에도 수납공간이 충분한지 살펴본다. 발코니 창고장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다만 발코니 창고장은 보통 옵션품목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전시 품목은 빼고 생각하라〓각 유니트는 값비싼 가재도구와 화려한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다. 대부분 전시 품목들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전시 품목’ ‘분양가에 포함되지 않음’ 등이라고 적혀 있다. 전시 품목은 없다고 생각하고 내부를 살펴봐야 한다.
▽작은 부분까지 살펴보라〓거실에 들어서면 바닥을 살펴본다. 원목마루라면 고급 아파트라고 볼 수 있다. 전원시설이 충분하고 알맞은 곳에 있는지도 봐야 한다. 모델하우스는 대부분 거실과 베란다를 터 ‘확장형 발코니’를 꾸며놓았다. 넓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다. 확장형 발코니 시공비용이 분양가에 포함돼 있는지 물어봐야 한다.
주방에서는 동선(動線)을 살펴봐야 한다. 싱크대에서 식탁까지 거리가 짧으면 주부가 일하기 편하다. 콘센트가 충분해야 여러 가전제품을 사용하기 좋다. 주방 창이 크면 시원한 느낌을 주는 것도 포인트.
안방에서는 방의 정확한 크기를 확인해야 한다. 갖고 있는 가구가 들어갈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베란다는 물이 잘 빠지도록 바닥이 경사져 있어야한다. 안방 앞 베란다 벽면에 수도꼭지가 있으면 베란다 중간에 중문을 설치할 때 수도꼭지가 방해되지 않아 좋다. 냄새나는 요리를 할 수 있도록 베란다에서 보조 가스레인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시공돼 있는지도 물어본다.
거실과 안방의 걸레받이(벽과 바닥을 잇는 부분에 길게 댄 마감재)도 살펴봐야 한다. 플라스틱 계통보다는 나무로 된 걸레받이가 좋다. 보기에도 좋고 콘크리트 마감을 꼼꼼히 했다는 증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