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이 서른. 배우로서 여자로서 전환점에 서 있다는 송윤아는 오랫동안 고민하다 MBC 새 수목드라마 ‘선물’에 합류했다. 지난해 9월 ‘반달곰 내사랑’ 이후 TV에서 모습을 감췄던 그는 “그저 세월이 흘러가는대로 인생을 내맡기기에 서른이라는 나이가 너무 무겁게 다가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제가 생각했던 서른은 너무 성숙하고 이해심도 많고 속이 꽉찬, 그런 나이였어요. 그런데 저는 아직도 너무 어리고 모자란 부분도 많고 아직 삶을 제대로 반추해본 적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서른이면 제법 관록있는 연기도 보여줘야 할 나이인데, 글쎄요, 많이 망설여졌어요.”
결국 그는 98년 MBC 드라마 ‘애드버킷’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승렬 PD의 집요한 설득 끝에 출연을 결정했다.
‘선물’은 입양아 7명과 고아 출신 가장이 펼쳐 나가는 가족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입양아의 맏언니인 송윤아는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같은 캐릭터 혜진역을 맡았다. 착한 심성의 주인공이 역경을 딛고 마침내 성공한다는 고진감래의 내용이 여느 드라마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해보고 싶은 역할이 많지만 어느 드라마나 주인공의 캐릭터는 한정된 것 같아요.”
주인공의 행복한 고민으로 들리는 이 말 속엔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요즘 드라마 추세에 대한 비판이 섞여 있는 듯 했다. 그는 정상급 배우로 자리잡기 전, 주연에 대한 강박 관념이 없어 선택할 수 있는 연기폭이 넓었다고 말한다.
“98년 KBS 드라마 ‘종이학’에서 술집 작부 역할로 맡았어요. 당시 그 역할을 하면 평생 조연만 하다 끝날 거라고 매니저가 심하게 말렸죠. 그래도 너무 하고 싶어 고집을 부렸어요. 지금은 조연을 제의받으면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우리끼린 ‘그건 조연이라 할 수 없잖아’라고 말해요.”
요즘 그에게 정재계의 유명 집안으로부터 맞선 제의가 많이 들어온다는 소문이 있다. 사실이냐고 묻자 그는 수줍게 웃으며 “그런 일 없다”고 답한다. “제가 결혼도 않은 채 서른을 넘길 줄 생각도 못했어요. 그러니까, 이젠 이른바 ‘노처녀’인 셈이죠? 남들 사는 것처럼 똑같이 평범하게 살 줄 알았는데…. 조금더 성숙하거든 그 때 결혼할래요.”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