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한 증권정보 사이트에서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투자기법 강연회를 열었다.
주제는 차트 분석기법. 사이버 고수로 알려진 강사는 열심히 그래프 분석 방법을 설명했으나 내용이 어려워서인지 꾸벅꾸벅 조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강의가 끝날 무렵 강사가 “이런 기법을 이용해 제가 추려낸 투자 유망종목을 말씀드리죠”라며 ‘종목 찍기’를 시작하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일순간 집중됐다. “좀 크게 말하세요” “한번 더 이야기해 주세요”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미래의 주가를 예측하는 것’은 증시의 해묵은 숙제 중의 하나. 누가 더 잘 예측하느냐에 따라 증시에서 억대 연봉의 스타가 탄생하고 또 몰락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예측 만능주의 문화에 대해 최근 증권가에서 조심스러운 반론이 나오고 있다. 주가를 예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전문가의 예측은 조언일 뿐이며 선택은 투자자의 몫이라는 것.
적정 주가를 산출하려는 노력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도 있다. 시카고투자컨설팅 대표인 김지민 박사는 “이론적으로 볼 때 적정 주가라는 것은 없다”고 주장한다. 만약 전문가가 예상한 특정 종목의 미래 예상 주가가 정말로 맞는다면 시장은 단번에 반응해 순식간에 주가가 그만큼 올라야 한다. 그런데 현실이 그렇지 않은 것은 현재의 주가 수준이 800만 시장 참가자들이 생각하는 그 종목의 적정 주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시장이 결정하는 현재의 주가이지 전문가들이 말하는 미래의 적정 주가가 아니라는 지적.
강성모 동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정보, 지식, 논리보다 단기 시세 적중률에만 관심을 갖는 풍토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예상 가격을 불러놓고 맞으면 ‘내가 맞혔다’고 선전하는 선정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는 것.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전문가의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효진 신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매일 주가를 맞힐 수 있는 전문가는 아무도 없으며 시장도 그런 역할을 전문가에게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전문가의 진정한 역할은 투자자들이 큰 틀에서 시장을 볼 수 있도록 필요한 논리를 제공하고 상황을 충분히 설명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