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으로부터 학대를 받음으로써 성욕을 느끼는 마조히즘과 성적 대상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성적 쾌감을 얻는 사디즘은 각각 피학증과 가학증을 뜻하는 것으로 그 의미는 상반된다. 그러나 이 둘은 모두 성적 이상 장애에서 비롯됐으며 마치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존할 수밖에 없는 관계이기도 하다.
마조히즘과 사디즘이란 용어는 이런 공존 관계 외에도 모두 사람의 이름에서 유래됐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마조히즘의 원조는 오스트리아 태생의 레어폴트 폰 자허 마조흐(1881~85)라는 소설가. 피학증을 다룬 그의 소설 ‘모피를 입은 비너스’는 단순한 허구성 소설이 아니었다. 이 소설은 마조흐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쓰였다. 그는 자신의 욕망을 자극하기 위해 결혼 직후 자신을 나무에 묶어놓고 아내 오로라와 하녀 마리에게 자신을 매질해 달라고 간청했던 인물. 그뿐만이 아니었다. 임신중인 아내에게 ‘신문 광고에 당신과 성교할 힘센 남자를 구해보자’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이 같은 변태적 행동은 결국 아내를 그의 곁에서 떠나게 했지만 결과적으로 20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마조흐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해준 영광(?)을 가져다준 셈이다.
프랑스의 작가 마르키 드 사드(1740~1814)는 사디즘의 원조다. 사드는 탈규범적 성행위에 대한 인간의 상상력의 끝을 보여준 ‘소돔 120일’이라는 작품으로 세상에 알려진 인물. 그는 실제 성 학대죄로 감옥에 다녀온 일도 있다. 30대의 한 미망인을 가정부로 고용한 그는 자신의 알카이유 저택에 그녀를 감금한 뒤 발가벗겨 피가 흐를 때까지 채찍질을 하는 등 심한 성 학대를 일삼았다. 견디다 못한 이 미망인이 사드의 눈을 피해 침대 시트로 엮은 밧줄을 타고 탈출함으로써 그런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물론 사드는 이 때문에 철창 신세를 져야 했다.
이처럼 이성에게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당하거나 가해야 성적 쾌락을 느낄 수 있는 마조히즘이나 사디즘은 일반인들에겐 단지 비윤리적이고 변태적인 행위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둘이 인간이 지니고 있는 원초적 욕구이자 속성이라는 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자신들은 육체의 솔직한 욕구를 은폐하지 않을 뿐이라는 마조히스트나 사디스트들의 주장도 한 번쯤 귀기울여 볼 만하다.
곽태일·맨파워비뇨기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