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을 중심으로 경북 북부지역은 의병운동과 독립운동의 발상지입니다. 한국독립운동의 막을 올린 1894년 갑오의병이 바로 안동에서 비롯됐습니다. 안동의 유림들은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항일운동에 나섰던 거지요."
28일 '안동독립운동가 700인'을 펴낸 경북 안동대 김희곤(金喜坤·48·사학) 교수는 "한말(韓末)의 의병활동도 안동 유림들이 서원에서 격문을 띄우면서 촉발됐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독립운동 유공자로 인정한 7000여명을 지역별로 보면 안동 출신이 260명으로 가장 많아요. 서울 출신 유공자가 203명인데 비하면 인구 18만명인 안동에서 독립운동이 얼마나 활발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번에 찾아낸 안동 출신 독립운동가 700명의 계보를 추적하면 퇴계의 제자인 서애 유성룡과 학봉 김성일에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1910년 전후 항일의 표시로 자살한 사람이 전국적으로 60여명인데 그중 10명이 안동사람이고요."
김 교수는 퇴계의 성리학이 국난(國難) 상황에서 어떻게 응용됐는지를 살피는 것이 오늘의 후손들에게 살아있는 교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퇴계의 사상이 평상시에는 보수적인 분위기를 보이지만 나라를 잃는 위기상황에는 혁신적 인물을 쏟아낼 수 있는 에너지를 품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원리와 대의(大義)를 중시하는 퇴계학에서 국권 상실은 곧 원리의 붕괴이기 때문입니다."
안동=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